금융감독원이 이달부터 모자·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출금하는 것을 막겠다는 '금융사기 방지 대책'을 밀어붙였지만 은행권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기술적 오류 가능성과 금융사기 방지 효과가 작은 점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어 아예 대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의 주도로 시중은행 ATM에 안면인식 카메라를 설치하려던 방안이 은행권 반대로 잠정 연기됐다. 금감원은 눈·코·입 등을 가려 안면 인식이 안 되는 사람이 ATM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이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ATM에 안면 인식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 은행들은 안면 인식 카메라를 설치하고 조명 등 ATM 시설을 개조하는 데 수백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뒤늦게 대책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한 은행들은 반대에 나섰다. 시스템 설치 등에 들어가는 비용과 비교할 때 실질적인 범죄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A은행의 자체 조사 결과 실제 금융사기범의 90%가 얼굴을 가리지 않고 ATM에서 돈을 인출해갔다.
안면 인식 기술이 불완전하다는 점도 문제다. IBK기업은행이 2013년 일부 ATM에서 안면 인식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지만 기술적 오류가 발생해 이를 접은 적이 있다. 반면 해당 기술을 제공한 업
이에 따라 두 달 전 대대적으로 정책을 홍보했던 금감원은 뒤늦게 은행들 의견을 수렴하고 머쓱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과 협의를 지속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라며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