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3분기에 무려 1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어닝쇼크’에 빠졌다. 매출 80%가 해외 플랜트 공사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최근 계속되는 저유가로 중동 지역 일감이 급감하고 현재 공사 중인 현장에서도 공기지연 탓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제는 회사 존립을 걱정해야 할 만큼의 위기에 맞닥뜨린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 뿐 아니라 이미 해외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은 국내 10대 건설사들 역시 과거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에 발목잡힌 곳이 적잖다. 특정 지역(중동)과 공종(플랜트)에만 집중된 해외건설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제2·제3의 삼성엔지니어링’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2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1조5127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2년 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왔던 지난 2013년 3분기 영업손실(7468억원)의 두 배에 달하며 이 해에 기록한 손실(1조280억)보다 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후 규모는 작지만 꾸준히 흑자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도 ‘이제 부실을 털어내고 회복 궤도에 올라선 것 아니냐’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정반대였다. 3분기 매출은 8569억원으로 61.2%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조334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가 길어지면서 자금상황이 어려워진 발주처가 공기를 늦추고 자금정산에 대한 합의도 잘 해주지 않아 공사원가가 당초 예상치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번에 손해가 집중된 사업은 지난 2011~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따낸 것들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무리한 저가 수주전으로 제살 깎아먹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많았던 시기다. 가뜩이나 싼 가격에 수주한 프로젝트인데 그마저도 현지 발주처의 몽니로 대금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자 결국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실제로 사우디 샤이바 가스와 얀부 발전, UAE CBDC 정유공장 등 3개 프로젝트에서 나온 손해만 1조원에 달하고 사우디 마덴 알루미늄 프로젝트와 이라크 바드라 가스 프로젝트에서는 각각 1400억원, 12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날 충격적인 성적으로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심하자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곧바로 사내 방송을 통해 담화문을 발표했다. 박 사장은 “앞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내년 3월까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3500억원 규모 상일동 본사 사옥을 매각해 운영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해외건설 리스크를 겪는 곳은 삼성엔지니어링 뿐이 아니다. 올해 상위 6개 건설사의 1~3분기 기준 해외건설 수주는 18조원으로 2013년 41조원, 2014년 31조원과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감소했다. 시공능력1위인 삼성물산이 수주한 해외사업은 3조2000억원으로 올해 목표치(10조23000억원)에 한참 못미친다. 건설발주가 4분기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매출액을 넘어서는 해외수주를 달성할 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과거 저가수주로 따낸 공사현장은 적자 사업장으로 탈바꿈했다. 대림산업과 현대중공업 등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불리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펼치던 기업들은 지난해 여기서 수천억원대 손실을 봤다. 여파는 최근까지 이어져 증권가에서는 GS건설의 경우 사우디 페트로라빅2 프로젝트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손실 탓에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약 4%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동의존도 높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은 ‘주 수익원’에서 ‘핵심 위험요인’으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원인은 저유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중동지역 수주액은 267억 달러에서 125억 달러로 반토막났다. 저유가로 돈줄이 마른 중동 국가들이 주요 인프라 공사 발주를 내년으로 미루거나 철회하는 경우가 적잖아서다. 그나마 나오는 중동 일감도 저가 수주도 불사하는 유럽업체가 싹쓸이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파드힐리 가스플랜트 프로젝트 3개 패키지는 스페인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와 영국 페트로팩이 따냈다. 유럽 업체의 가격 공세로 입찰에 도전했던 국내 건설사들은 줄줄이 탈락했다.
저유가는 기존에 따낸 공사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라 곳간이 비자 대부분 공공기관인 중동 공사 발주처들은 무조건 공기를 미루고 나섰다. 공사 과정에 필연적인 설계변경과 그에 따른 추가 비용 청구도 받아주지 않았다. 거기다 중동 지역에서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으로 각국 정부가 자국민 우대정책을 펼치면서 인건비 부담도 급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겠다며 해외 기업들에게 공사 현장 근로자 중 15%를 사우디 국민
[김태성 기자 / 임영신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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