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시장 최대 성수기인 이달 마지막 금요일(30일) 전국 20여 곳에서 동시에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돌입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전국 22곳에서 2만429가구를 일제히 분양한다. 지난주 23일 금요일 문을 연 견본주택 24곳을 합치면 이달 하순 분양시장에 2000년 이후 역대 가장 큰 장이 선 것. 한마디로 분양시장 ‘핫 프라이데이’다.
건설사들이 금요일 견복주택 개관을 선호하는 이유는 주말 방문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달 31일과 다음달 1일까지 주말 동안 올들어 최다 규모인 30만명 넘게 견본주택에 몰릴 전망이다.
서울에서는 강북의 대표적 재개발 단지인 마포·성동·성북구에서 ‘마포자이3차(염리동)’와 ‘서울숲리버뷰자이(행당동),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길음동)‘이 분양에 돌입한다. 전세난이 극심한 경기에서도 용인, 김포, 고양, 안산 등 7곳에서 대형사들 브랜드 아파트 5835가구가 분양된다. 강원, 대전, 부산, 울산, 전주 등에서도 1만여 가구 넘게 동시에 쏟아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날 분양 물량을 더하면 이달 전국적으로 분양된 아파트는 5만8584가구로 월별 기준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바깥은 기온이 뚝 떨어져 쌀쌀하지만 견본주택은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견본주택 문을 연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에는 오전 10시 개관 전부터 200여명이 바깥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성동구 행당6구역 재개발 단지인 ’서울숲리버뷰자이‘도 개관 당일 오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이상국 GS건설 분양소장은 “견본주택을 개관한 지 2시간도 채 안 되는 동안 1200여명이 방문했다”며 “39층 초고층 아파트로 전망이 좋아 수요자들로부터 상담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주택 시장이 회복되고 만성적인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와 시세차익을 겨냥한 투자 수요까지 가세해 분양 시장이 초호황을 맞았다”며 “같은 경기라도 파주에 사는 사람이 남양주에 집을 사지 않듯이 주택은 지역 대체성이 없는데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하고, 다음달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분양되면 청약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 성적도 어느 때보다 좋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26.8대1로 월별 기준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3.3㎡당 평균 분양가는 1224만원으로 올들어 가장 비쌌는데도 성수기였던 3월(10.6대1)과 지난달(16.2대1)보다 훨씬 높은 경쟁률이 나왔다. 비록 1순위 마감 실패한 단지도 있지만 상당수가 2순위까지 모집해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분양 관계자는 “계약률도 호조세로 한 두달만에 완판하는 단지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분양으로 역대 최대 규모(6800가구)인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지난 29일 1순위 첫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1.02대1로 ’선방‘했다. 두 번 남은 청약에서도 무난히 순위 내 마감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건설사간 눈치작전이 치열해지자 분양을 아예 다음달로 미루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최대어‘ 로 꼽히는 송파 헬리오시티는 예정대로라면 이날 견본주택을 개관하려했지만 다음달 중순으로 늦췄다. 11월 분양물량이 10월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용인도 이날 견본주택 서너곳이 동시에 문을 열고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상현동 ’광교 상현 꿈에그린‘만 열고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상현동)‘과 ’용인역북지구동원로얄듀크‘ 등은 다음달로 미뤄졌다.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여러 건설사가 한꺼번에 견본주택을 열 경우 가격 등을 두고 ’우리가 더 저렴하다‘ 등의 식으로 공격적인 분양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서로 견제하다 막판에 분양 일정을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일반분양은 분양가를 높이려는 조합원과 낮추려는 건설사간 줄다리기 등으로 일정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겨울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12월은 예년대로라면 분양시장에서 계절적 비수기로 물량이 줄어드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분양하려다 미룬 물량을 다음달 예정 물량과 합치면 6만~8만여 가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시장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호황”이라며 “물이 들어올 때 배를 어떻게든 띄워야하지 않겠냐며 내년 물량까지 앞당겨 분양하려는 회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역별 청약 시장 약극화하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부화뇌동식 청약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내년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대구와 3~4년 전부터 새 아파트가 꾸준히 공급된 충청권과 경남지역 등은 공급 과잉에 대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요즘 분위기를 타고 가격을 높이는 건설사가 많아져 적정 분양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며 “공급물량이 많은 지역에 청약할 경우 실수요자여도 자기 자본 비율을 높여 향후 시장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신 기자 /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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