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규모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에 삼성SDI, 삼성정밀화학, 롯데케미칼 주가가 30일 동반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롯데케미칼 주가 낙폭이 크게 나타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일단 이번 거래에 대해 삼성그룹이 롯데그룹에 대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그러나 중장기적 사업 시너지등을 감안할 때 결국에는 ‘윈-윈 게임’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0일 오후 1시 현재 삼성SDI와 삼성정밀화학, 롯데케미칼 주가는 각각 전일대비 -4.95%, -7.30%, -10.93% 하락했다. 이날 롯데케미칼은 향후 삼성SDI 화학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되는 에스케미칼(가칭) 지분 90%를 2조3265억원에, 삼성정밀화학 지분 31.13%를 465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삼성BP화학은 삼성정밀화학 자회사로 이번 거래에 따라 자연스레 롯데케미칼에 동반 매각된다.
에스케미칼 매각주체는 삼성SDI이며, 삼성정밀화학 매각자는 주요주주인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물산, 호텔신라,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다.
이번 거래의 핵심축인 삼성SDI 화학사업부문 거래가는 다소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매각자 삼성SDI 회계자문을 맡은 EY한영은 2조1449억원(산정가 평균 기준)을, 인수자 롯데그룹 자문사인 딜로이트 안진은 2조4044억원을 제시했다. 이들은 삼성SDI 화학 부문이 향후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해당 가치를 산정했으며 거래가격은 이들의 산정 범위내에서 정해졌다.
그러나 시장가치로 볼 때는 삼성SDI가 승자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화학사업부 실적이 역사적 최고 수준으로 매각 최적기였다”며 “매각가는 시가총액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삼성SDI 주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말 지분 90% 기준 화학사업부 순자산은 1조6703억원으로 거래가보다 낮다. 아울러 지난 29일 삼성SDI 시가총액 7조6329억원 기준 화학사업부 순자산의 가치는 거래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조1007억원에 불과하다. 삼성SDI에 이득인 셈이다.
이같은 분석에도 삼성SDI 주가는 이날 급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SDI ‘빅딜설’이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 널리 퍼진바 있다”며 “전형적인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자’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양사 모두 ‘윈-윈’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화학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롯데케미칼에 반드시 필요한 M&A”라며 “인수에 따른 재무적인 문제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롯데케미칼은 올상반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조1856억원, 단기금융상품 1조1861억원 등 동원가능 현금만 2조3717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연간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올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지산 연구원은 “삼성SDI가 전지와 전자재료 중심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모두 중장기 경영전략에 따른 판단이란 분석인 셈이다.
한편 삼성정밀화학 주가 급락세는 삼성 브랜드 이탈에
[한우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