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나흘째 하락하면서 2030선 사수에 실패했다.
시장을 좌우할 만한 뚜렷한 재료가 없는 가운데 장 중 이어진 기관의 순매도 공세가 수급에 부담을 줬고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우려가 재부각한 것도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다만 삼성전자는 3분기 호실적 여파와 대규모 주주환원정책까지 겹치며 9거래일 연속 상승해 137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 137만원 위로 올라선 건 지난 5월 7일(137만원) 이후 약 다섯달 반여만에 처음이다.
3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4.69포인트(0.23%) 내린 2029.47로 마감했다.
지수는 2030선 위에서 상승 출발했으나 도통 방향을 잡지 못하고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오전 내내 마이너스권을 맴돌던 지수는 오후 들어 변동폭을 더욱 줄이며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고 결국 막판 2030선까지 내줬다.
기관의 차익실현 물량이 수급에 부담을 주는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연준은 지난 2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고용과 물가 지표, 물가상승 전망, 금융시장 국제적 상황 등의 진전 상황을 점검한 뒤 다음 회의에서 목표치를 인상하는게 적절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표현해 오는 12월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국내증시에서도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지수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전날 발표한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소식은 개별 종목에만 긍정적인 호재가 됐을 뿐 전체로 퍼져나가지는 못했다.
특히 기관이 1295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에 맞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784억원과 419억원 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매매에서는 총 516억원의 매도 우위가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음식료품, 섬유의복, 종이목재, 화학, 의약품, 비금속광물, 철강금속, 의료정밀, 유통업, 전기가스업, 건설업, 운수창고, 통신업, 증권, 보험, 서비스업은 하락했으나 기계, 전기전자, 운송장비, 금융업, 은행, 제조업은 올랐다. 이중 전기전자 업종은 삼성전자(3.55%), 삼성전자우(10.85%)의 강세에 힘입어 1.93%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혼조세였다. 삼성전자가 9거래일째 상승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3인방은 엔화 강세 여파에 일제히 올랐다. 반면 한국전력, 삼성물산, SK하이닉스, 아모레퍼시픽 등은 내렸다.
이밖에 삼성그룹 내 화학 계열사가 롯데로 매각된다는 ‘빅딜’ 소식도 개별 종목에 영향을 줬다. 삼성에서 롯데로 인수되는 삼성정밀화학은 10.16% 급락했고, 롯데케미칼 역시 인수가격 부담 논란이 불거지며 13.80% 내렸다.
LG전자는 3분기 실적 실망감에 장 중 하락폭을 늘려 결국 7.36%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4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소식에 1.76% 상승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7.00포인트(1.01%) 내린 683.63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며 지수를 1% 넘게 하락시켰다. 외국인은 225억원, 기관은 31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은 58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에서는 바이로메드와 파라다이스를 제외한 전 종목이 약세였다. 컴투스, 코미팜 등은 2% 넘게 하락했고 동서, CJ E&M, 메디톡스 등은 1%대 떨어졌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중국이 연내 2자녀 허용 정책을 시행한다는 소식에 육아용품 관련주가 대거 올랐다. 제로투세븐이 10.55%, 보령메디앙스가 6.44% 상승했다. 아가방컴퍼니는 장 중 21%
조병현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별다른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기관 쪽 차익실현 매도 물량이 강하게 나오면서 수급에 부담을 줬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경계감 등도 약세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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