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예금금리+α’의 수익을 원하는 은행 고객들의 자금이 국내 채권혼합형펀드로 유입되고 있다.
채권혼합형펀드는 주식관련 자산 투자비중이 최대 50% 미만인 펀드를 의미한다. 보통 자산의 60~70%를 우량 국공채에 투자해 안정적 이자 수익을 얻고 나머지 30~40%를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따라3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져도 상대적으로 수익률 방어가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올해 국내 채권혼합형펀드에 5조9109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5조 2529억원이 빠져나간 국내 주식형펀드와 비교해보면 올해 얼마나 채권혼합형 펀드가 인기를 끌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채권혼합형펀드에 최근 3개월동안에도 1조1625억원이 몰려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새로 시작한 채권혼합형 펀드만 100개에 이른다.
채권혼합형펀드는 ‘고위험·고수익’ 대신 은행예금보다는 다소 높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올해 채권혼합형펀드 수익률은 연초 대비 2.69%를 기록중이다.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4.87%보다는 낮지만 국내 채권형펀드 수익률 2.15%보다는 다소 높다. 또 채권혼합형펀드의 1년, 2년, 3년, 5년 기간 수익률은 각각 2.80%, 6.41%, 10.03%, 15.64%로 여타 유형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채권혼합형펀드를 유형별(여러 유형으로 분류되는 경우 중복 집계)로 분석한 결과 투자자들의 보수적 성향으로 인해 안정성이 높은 가치주와 배당주펀드의 증가세가 컸다고 밝혔다. 올해 가치주는 약 3조원, 배당주펀드는 2조여원이 유입됐다. 그 뒤를 이어 지난해 삼성SDS 등 대어급 공모주 흥행성공으로 자금몰이를 했던 공모주펀드가 올해도 2조원이 유입되며 인기를 이어갔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주펀드는 대부분의 투자자금을 채권에 투자하고 공모주 투자기회가 있을 때 짧은 기간 주식에 투자할 뿐만 아니라 대체적으로 투자 성공확률이 높아 안정적 투자처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펀드도 채권혼합형펀드의 인기를 견인했다. 퇴직연금펀드는 연금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올해 8500억원이 유입됐다. 지난 7월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으로 지금은 퇴직연금펀드를 주식형으로도 출시할 수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채권혼합형·채권형펀드만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수익률 상위 10위 채권혼합형펀드를 분석한 결과 8개가 퇴직연금 관련 펀드였다. ‘NH-CA퇴직연금중소형주’와 ‘미래에셋퇴직연금성장유망중소형주40’의 올해 수익률은 각각 13.85%, 12.62%를 기록중이다.
문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퇴직연금 계좌 내에서 상품교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초기에 선택했던 채권혼합형펀드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위험·중수익 대표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 하락으로 채권혼합형펀드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올해 판매사별 채권혼합형펀드 설정액 잔고 증감을 살펴보면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권의 판매가 컸다. 지난 8월말 기준으로 국민은행이 약 1조4000억원, 우리은행이 약1조원, NH투자증권이 약 8000억원 규모의 채권혼합형펀드를 팔았고, 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판매 규모도 3000~4000억원대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성과 측면에서는 KB자산운용이 돋보였다. 장기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KB퇴직연금배당40펀드의 경우 최근 3년 수익률과 5년 수익률이 각각 26.7%, 55.3%를 보여줬다. 2006년 설정일 이후 수익률은 140.4%이다. 또 올해 7.2%의 수익률을 기록한 메리츠코리아 채권혼합형펀드는 연초 이후 6000억원이 증가해 채권혼합형 펀드 중에서 세번째로 높은 설정액 증가를 보였다. 앞선 두 채권혼합형펀드는 대부분 주식부분에서 양호한 성과를 냈던 펀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권혼합형펀드라도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상품별 수익률이 다르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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