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 금융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 모씨(34)는 신한은행 마이너스통장을 지난해 개설해 연 3%대 금리로 한도를 3000만원 가량 갖고 있다. 평소에 500만~600만원 선으로 대출을 받은 이씨는 최근 몇달새 1200만원 가량을 쓴다. 2배 가량 대출액이 늘어난 것. 전세 만기때 집주인이 반전세로 바꿀 것을 요구하면서 고정적으로 나가는 월세비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씨는 “생활비를 줄였는데도 월세비용이 매달 들어 따로 대출을 받는 것보다는 마이너스통장으로 수시로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손쉽게 쓸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의 대출이 1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자금이나 생활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금리 탓에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2~3%대로 내려앉으면서 편리하게 대출받을 수 있게 됐지만 금리 인상기에는 빚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신한·국민·우리·농협·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은 올해 10월 말 38조6136억원으로 작년 10월말(36조366억원)보다 2조5770억원(7%) 늘었다.
특히 올해 하반기가 되면서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 35조4284억원이었던 대출액은 6월 말 36조7974억원으로 늘었다가 9월말에는 37조6189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 직장인들의 마이너스 대출 이용을 크게 늘린 것은 증가한 주택비용이 대표적이다. 최근 이사철 재계약 과정에서 전세금이 오르거나 월세로 전환되는 경우 목돈이 필요한데 월급생활자의 경우 고정적인 생활비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충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박사는 “늘어난 생활자금 중에서는 주택관련된 비용이 많아 이를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너스통장을 쓰는 직장인들 중에서 조금 상황이 어려워지면 (쓰기편한 마이너스통장으로) 생활자금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10월에 진행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로 인해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이 늘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빚을 내 소비를 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기를 대비한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금리가 인상되면 고스란히 악성 부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는 2~3%대 저금리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쓸 수 있지만 금리가 1%포인트가량 인상되면 이자 부담은 커진다. 가뜩이나 생활비가 모자라 돈을 빌려다 쓰는 상황에서 내야할 이자마저 늘어난다면 직장인 생활이 더 팍팍해질 수 있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소득원마저 잃는다면 마이너스통장 대출금으로 가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권고도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늘리고 있는 요인이다. 월급통장과 연계해 마이너스통장대출 우대금리를 줄수 있는 장점을 잘만 활용하면 은행들은 계좌이동에 대비하면서 실적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이 통장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우량한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보니 은행에서는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이란 일정한 금액을 한도로 정해 수시로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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