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로 가면서 주식시장 문을 두드리는 기업의 숫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는 기업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연말에 신규 상장사가 몰리다보니 관심권 밖에 있는 예비 상장사들의 중도 하차 사례도 늘고 있는 것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초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하던 바이오시밀러 기업 팬젠은 전날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팬젠은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세포주에 관한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다. 기술성장특례 적용기업으로 아직 적자 구조를 탈피하지는 못했지만 시장에서 비교적 인기가 많은 바이오업체가 부진한 기관 수요예측 탓에 상장을 철회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달 들어 상장을 철회한 IPO 기업은 팬젠을 포함해 총 3곳이다. 루이까또즈 브랜드를 소유한 태진인터내셔날과 중국 기업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도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렵다’며 상장 작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이처럼 상장 철회 기업이 속출하는 가장 큰 이유로 최근의 시장 상황이 꼽힌다. 상장을 철회한 태진인터내셔널은 9~10일,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는17~18일, 팬젠은 19~20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이달 초 2050선이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16일 1940선까지 급락하는 등 상당한 조정을 받았다.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설상가상 연내에 상장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까지 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 상장 심사를 통과한 기업만 20곳이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30여개의 기업이 증시에 데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장에 나서다보니 기업 각각에 대한 관심도는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0일과 11일에는 코스닥 IPO 기업 4곳이 동시에 공모 청약을 받기도 했다. 이들 기업 중 엠지메드만 135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나머지 3개사는 수십대 1에서 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또 제주항공, 더블유게임즈 등 최근 상장한 대어급 IPO 종목들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IPO 투자 열기가
증권업계 관계자는 “엠지메드도 공모가 4만원을 크게 밑도는 3만3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라며 “이전에는 바이오 관련 IPO 기업들만 좋은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바이오쪽도 시큰둥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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