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9선 의원을 거치며 한국 현대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던 국회에서 26일 영결식을 치르고 영면의 길로 향하게 된다. 영결식은 고인의 생전 성품에 따라 소박하면서도 엄숙하게 치뤄질 예정이다.
영결식에는 장례위원·주한외교단과 조문사절·유가족 관련인사 등 1만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길을 배웅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 때 2만명이 참석한 것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초대를 받지 않은 일반인은 영결식장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고 국회 인근에서 영결식을 지켜볼 수 있다.
정부는 25일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김 전 대통령 유족의 의사를 반영해 노제·추모제는 별도로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운구행렬의 동선도 과거에 비해 단순해 빈소에서 영결식이 열리는 국회로, 다시 상도동 사저와 현충원으로 약 25km의 여정을 거치게 된다.
영결식에 앞서 오후 1시 25분 김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해 국회로 향한다. 율곡로를 따라 광화문에 다다른 행렬은 청와대를 등지고 세종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이어서 국회 쪽으로 방향을 틀어 새문안로·충정로·마포대로를 지나고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에 도착하게 된다.
1시 50분께 운구행렬은 국회 앞에 이르고 본관 앞 뜰의 영결식장까지 3군 의장대가 도열해있는 길을 따라 9선 의원의 ‘마지막 등원’이 시작된다. 영구차가 식장에 도착하면 사회를 맡은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1시간20분간의 영결식이 엄수될 예정이다. 영결식은 국민의례와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되고 국가장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약력보고를 하고,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조사를 낭독한다. 이어서 상도동계 핵심인사인 김수한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전 국회의장)이 고인의 마지막을 기리는 추도사를 읽어내려간다.
행자부에 따르면 이번 국가장이 국가적 행사인 만큼 영결식에서는 4대 종교 모두의 의식이 치러진다. 김 전 대통령과 각별했던 김장환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의 기독교 의식을 시작으로 불교·천주교·원불교 차례로 28분간 진행될 예정이다. 종교행사가 끝나면 22년전 같은 자리에서 치뤄진 제 14대 대통령 취임식 장면 등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약 5분동안 장내에 상영되면서 애도와 추모분위기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헌화와 분향을 마치면 바리톤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국립합창단·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부르는 추모곡 ‘청산에 살리라’가 영결식장에 울려퍼진다. 유족이 직접 고른 것으로 알려진 이 곡은 김 전 대통령이 2010년 83세 생일 때도 축가로 요청할 만큼 고인이 좋아하던 노래다. 성악가이자 작곡가·언론인이었던 김연준이 1973년 윤필용 필화사건에 연루돼 수감됐을 때 쓴 것으로 세상사로 인한 번뇌와 고통을 ‘청산’으로 승화시킨 곡이다.
오후 3시 17분 3군 조총대의 조총 21발을 끝으로 김 전 대통령을 태운 운구행렬은 그가 9선 의원을 지내며 우리 현대사를 일궈온 무대인 국회의사당을 뒤로하고 장지인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한다. 현충원에 가기 전 운구행렬은 고인의 60년 정치 역정과 손명숙 여사와의 추억이 남아있는 상도동 사저, 아직 다 짓지 못한 김영삼도서관을 거친다. 상도동 사저에서 행렬은 15분간 멈춰서고 유족들이 고인의 영정을 품에 안고 사저 안팎을 돌아볼 계획이다.
상도터널을 거쳐 현충로를 지난 행렬은 오후 4시께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다다른다. 유가족과 주요 장례위원 250여명은
행자부는 유족 측의 요청에 따라 검소하고 경건한 장례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석민수 기자 /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