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단지 내 상가 중개업소에는 영하로 내려간 바깥 추위 못지않는 찬바람이 불었다. 인근 개포주공3단지는 이주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개포시영도 이주를 시작한데다 개포주공1단지와 4단지는 재건축 사업의 7부능선인 사업시행인가를 앞둬 근 10년 만에 재건축이 급물살을 타면서 거래가 많아야 할 시기지만 종일 조용했다. 개포부동산 한 관계자는 “500만~1000만원 떨어진 저가 급매물이 등장해 어리둥절하다”며 “매수 심리가 식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고 매수 문의와 더불어 거래량이 줄더니 공급 과잉 우려가 높은 지방에 이어 서울·수도권에서도 집값 하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29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노원구와 관악구 아파트값이 각각 0.03%, 0.06% 떨어졌다. 이들 지역의 주간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상승세를 타던 강남구와 금천·서대문·용산·중구 등 5개구는 보합세로 돌아섰다. 특히 강동구는 둔촌주공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추가분담금 증가 문제로 조합원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가격이 2주 연속 뒷걸음질쳤다. 다음달 새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사업 재개 기대감으로 가격이 오르던 잠실주공5단지도 전용면적 76㎡ 급매물 가격이 지난주 1000만~2000만원 내린 11억7000만원까지 밀렸다.
전세난에 따른 매매전환 수요가 많은 경기·인천지역도 매수세가 크게 줄면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지역이 등장했다. 구리와 안산시는 지난주 0.03%, 0.02% 각각 떨어졌다. 경기도 28개 시 가운데 지난주 절반에 가까운 13개 시의 아파트 값이 보합세로 전환하거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살 만한 사람은 거의 다 산 게 아닌가 싶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전세금 상승폭도 줄고 있다. 지방은 이보다 앞서 지난 달부터 대전·강원·경북·충청권 등 상당수 지역에서 매매가격 하락이 시작됐다. 올 한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대구에서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가라앉은 주택시장 분위기는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27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9281건으로 지난달(1만1670건)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매매와 쌍끌이로 주택 경기를 떠받쳤던 청약 시장도 심상치 않다. 3.3㎡당 평균 분양가 4000만원 안팎에도 최소 2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던 강남 재건축 청약 호조세에 제동이 걸린 게 대표적이다. 최근 1순위 청약에 나선 ‘반포 래미안아이파크(서초 한양 재건축)’는 분양가가 3.3㎡당 평균 4240만원으로 일반 아파트 중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웠지만 평균 경쟁률은 12.3대1에 그쳤다. 이는 올해 강남3구 분양 아파트 중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비수기에 접어든데다 미국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른 대출규제 등 주택 구매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작용해 당분간 주택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실수요자들은 3~5년간의 거치기간을 ‘버퍼’로 이용했는데 내년에 원리금 분할상환이 확대되면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져 주택구입을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역대 최다 물량이 분양되면서 2017년 이후 입주 물량으로 넘어가 공급과잉 염려가 제기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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