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부터 정부가 코코본드 이자지급 조건을 강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권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부터 코코본드 발행시 투자자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자금조달 일정을 앞당기면서 연말을 앞둔 회사채 시장에는 코코본드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7일 산업은행이 코코본드를 7000억원어치 발행할 예정이다. 4일에는 신한은행이 코코본드 발행으로 3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며 8일에는 제주은행의 발행이 예정돼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6일 1750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했으며 KEB하나은행도 지난 27일 통합 후 처음으로 3000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들이 회계장부를 마감(북클로징)하는 연말에는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내년 규제 도입을 앞둔 은행권이 코코본드 발행에 나서면서 채권 시장에 공급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신용등급 AAA 기준 은행채 금리는 지난 한달간 21bp(1bp=0.01%포인트)나 상승했다.
최근 코코본드 발행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금융감독원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으로 내년 1월부터 코코본드 이자지급 조건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코코본드란 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의 일종으로 평상시엔 투자자에게 약정한 원리금을 지급하지만 경영위기 등이 발생했을 경우 원리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주식으로 강제전환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2014년 9월 국내 첫 도입된 이후 시중 은행들의 자금조달 대안으로 자리잡으면서 1년 만에 발행규모가 6조원을 넘어섰다. 연 3~4%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고금리 재테크 상품’으로 알려지며 은행, 증권사 창구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성황리에 팔렸다.
그러나 개정된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코코본드 이자지급 기준이 ‘배당가능이익’에서 ‘당기순이익’으로 변경된다. 기존 코코본드는 은행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해도 회계상 배당가능이익이 있기만 하면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할 수 있었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이 손실을 보는 경우 이자를 지급할 수 없게 된다. 시중 은행 대부분은 배당가능이익을 수천억원 이상 쌓아두고 있다.
업계에선 이자 지급에 불확실성이 생기면서 코코본드 투자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코본드는 기관 투자수요가 제한돼 있어 증권사 리테일이나 상품 구조화를 통해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자 지급 불확실성이 생기면 이런 수요들이 줄어들면서 투자자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자금조달 비용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금리 연 5~6% 이상은 제시해야 투자자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코코본드 이자지급 조건 강화는 미국 등 글로벌 기준에 맞춘 것”이라며 “국내 은행들은 자산가능성이 양호하고 손실을 볼 가능성도 크지 않아 실제 이자 지급이 중단될 위험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 용어설명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 평상시에는 채권처럼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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