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들어 국내 기관들은 가치 대비 값이 싼 종목을, 외국인들은 다소 비싸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종목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주당 순자산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이하 종목들을 국내 기관은 올해 7월까지 줄곧 순매도하다 8월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는 PBR 1.5배 이상 종목들은 지난 9월부터 꾸준히 내다 팔고 있다. 최근만 놓고 보면 국내 기관은 고(高)PBR 종목을 팔고, 저(低)PBR 종목을 사들이는 경향이 뚜렷하다. 코스피200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대형주 200개를 분석한 결과다.
반면 외국인은 자기자본수익률(ROE)이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들을 2011년 중반부터 꾸준히 순매수하고 있다. 올해 중반부터 주춤한 모습이지만 최근 다시 순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주주 지분)을 활용해 1년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겼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ROE가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에 비해 그만큼 당기순이익을 많이 내 장사를 잘했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높은 종목일수록 주주는 당연히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가령 아모레퍼시픽은 향후 12개월 예상 ROE가 올해 초 16.2%였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의 자기자본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앞으로 1년간 순이익 16만2000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 12월 1일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 ROE는 20.9%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보다는 내년 이익 전망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ROE 상승은 곧바로 외국인 순매수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7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번주에도 아모레퍼시픽 주식 94억원어치를 사모으고 있다. 장희종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ROE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종목은 대부분 업황이 좋거나 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에 성공한 기업"이라며 "향후에도 양호한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12개월 예상 ROE가 급등한 종목으로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현대산업 GS리테일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S&T모티브 코오롱인더스터리 한국철강 강원랜드 한화 KT&G 등 11개 종목을 제시했다.
해외 증권사들도 우리나라 기업 ROE 상승에 주목하는 투자 의견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삭티 시바 크레디트스위스 신흥시장 수석전략가는 "한국 증시 ROE가 지난해 12월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중"이라며 "미국이 막상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불확실성이 사라져 ROE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드리언 모왓 JP모건 신흥시장 수석전략가도 "최근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바라볼 때 관심을 두는 종목은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이 아니라 이익 성장성이 높은 종목"이라고 말했다. ROE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 계속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재 3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와 미국 11월 비농업 고용지표 발표,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의 발언 등 굵직한 이벤트가 연이어 있는 상황이
장희종 팀장은 "기관과 외국인이 주목하는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고 ROE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면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