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롯데는 공시를 통해 공개 매수 목적을 같은 제과업체인 롯데제과와 사업 협력 강화, 시너지 효과 창출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공식적으로 한·일 양국 제과사업 간 협력 차원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주장은 사실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면에는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롯데제과 주요주주는 롯데알미늄을 비롯해 신동빈 회장(8.78%), 롯데장학재단(8.69%), 신격호 총괄회장(6.83%),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3.96%), 대홍기획(3.27%), 호텔롯데(3.21%),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2.52%) 등이다. 이 중 롯데알미늄 대홍기획 롯데호텔 등 계열사 지분은 신동빈 회장이 장악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영향력 아래에 있어 신동빈 회장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주)롯데가 확보하게 될 지분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주)롯데 대표이사는 신 회장 최측근인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이며, 롯데알미늄 1대 주주인 L2투자회사(34.92%)도 일본 롯데홀딩스 영향력 아래에 있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이번 공개 매수를 통해 40% 넘는 우호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비해 신동주 전 부회장 우호 지분은 신격호 총괄회장 지분과 신영자 재단 이사장 지분을 합해 13.31%에 그친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날 (주)롯데가 공개 매수를 공시한 이후 "롯데제과에 대한 추가 지분 확대 계획이 아직 없다"는 것 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3년부터 롯데제과 지분 경쟁을 벌여왔다. 신동빈 회장은 2013년 5월 4.88%였던 지분율을 2년 새 두 배 가까이로 끌어올렸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3년 8월부터 1년간 총 12차례에 걸쳐 롯데제과 주식 6787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3.48%에서 3.96%로 높였다.
두 형제가 롯데제과 지분 확보에 열을 올려 온 것은 롯데제과가 롯데그룹 내 순환출자구조에서 핵심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최상위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와 다른 계열사를 연결하는 중간 지주회사 구실을 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아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한 방안은 롯데제과를 지주회사와 영업자회사로 분리한 뒤 지주회사를 호텔롯데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롯데의 롯데제과 지분 공개 매수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 대한 최후의 일격이자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방어막 치기로 보고 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서는 호텔롯데 상장 저지가 물 건너 가고, 법적 대응은 시간이 너무 걸려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황"이라며 "롯데제과 지분 매입을 통한 경영권 흔들기가 사실상 마지막 공격 카드였지만 (주)롯데의 공개 매수로 이마저도 무기력해졌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를 비롯해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롯데그룹주 주가는 이날 오너 일가 지분 매입 경쟁 기대감에 일제히 들썩였다. 롯데제과가 15만3000원(7.3%) 올랐고 롯데쇼핑(2.89%) 롯데푸드(2.5%) 롯데칠성(1.52%)도 상승 마감했다. 한편 이날 신동빈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한국 롯데 지주회사 격인)호텔롯데를 내년 상반기에 상장한 이후에 일본 제과회사인 (주)롯데 상장을 검토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감시를 받는 것이 기업
경영권 분쟁 중인 친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창업자(신격호 총괄회장) 지시서 한 장으로 현장에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못 박았다.
[노현 기자 / 손일선 기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