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상장을 준비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기업 IPO(기업공개)가 연말에 몰려 ‘병목현상’이 생긴 데다 증시 하락이 겹치면서 11월 이후 10개 기업이 상장을 재검토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상장을 포기한 기업은 유니트론텍을 포함해 10개사에 달한다. 특히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18곳 중 9곳이 연내 상장을 철회했다.
자동차 부품회사 유니트론텍은 이날 최근 공모시장의 급속한 냉각과 상장철회가 속출하는 상황을 고려해 일정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유니트론텍은 내년 상반기에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남궁선 유니트론텍 대표이사는 “많은 논의와 고민 끝에 연초로 일정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자부품 회사인 아이엠텍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조명의 계열회사인 아이엠텍은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 결과, 어려운 증권시장 여건으로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고 판단했다. 내년 상반기 증권시장이 안정화되면 재도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들어 이들 기업을 포함해 4개 기업이 상장을 미뤘다. 지난달에는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를 비롯해 태진인터내셔널, 팬젠, KIS정보통신, 삼양옵틱스, 큐리언스 등 6개 회사가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 이달 19개 기업이 수요예측을 추진할 예정이라 상장을 미루는 기업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회사들은 공모가가 예상치를 밑돌아 당초 계획을 변경했다. 증시 침체가 지속될 경우 공모가뿐만 아니라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새내기’ 종목의 주가는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달 상장한 더블유게임즈는 9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28.9%가 떨어졌다. 엠지메드는 공모가보다 26.5%, 유앤아이는 24.7%가 하락했다. 리드는 23.2%, 네오오토는 19.1%가 급락하는 등 ‘공모주 불패’라는 공식이 무색해졌다. 지난달 이후 상장한 기업 중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은 총 11개에 달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이 12월에 기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IPO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증시를 이끌어온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상장 후 수급이 양호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공모주가 연말에 몰린 탓에 수요 예측 기관의 부담도 커졌다. 올해 상장한 80여개 기업 중에서 20%가 11월에 상장했다. 이에 따라 ‘병목현상’이 발생하면서 수요 물량을 넘어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8월 공모주 수요예측 참여 기관을 투자자문사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의 자금이 한정된 상황에서 상장 일정이 몰리다보니 경영인들의 기대치를 맞추기 힘들다”며 “증시 침체가 겹쳐 한동안 공모주 한파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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