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롯데·현대등 ‘빅3’ 백화점이 올 하반기 모두 간편결제서비스에 돌입했다. 사진은 신세계 백화점 본점 <매경DB> |
유통업계가 핀테크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면서 기존 금융권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SSG페이(신세계), 엘페이(롯데) 등 후불형 ‘페이’부터 스타벅스 카드와 같은 충전형 ‘머니’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형태도 다양하다.
후불형 페이는 기존 카드사와 제휴해 결제하는 시스템이지만 충전형 머니는 현금을 충전해 상품권처럼 사용하는 개념으로 카드사를 끼지 않고도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현재는 후불형 페이 서비스가 대부분이지만 향후 카드 수수료 지출이 필요하지 않은 충전형 머니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지난 7월 모바일 결제서비스 ‘SSG페이’를 출시한 데 이어 롯데그룹의 ‘엘페이’, 현대백화점그룹의 ‘H월렛’등 유통업계 빅 3가 모두 올 하반기 간편결제서비스를 출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고 있어 향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당장은 은행·카드사와 제휴하는 형태가 많지만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결국 직접 결제가 가능한 충전형 서비스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지난 7월 내놓은 ‘SSG페이’는 바코드 스캔 한 번으로 결제 및 쿠폰 적용, 포인트 적립, 현금영수증 발급 등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12월 초 기준 다운로드수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충전형 지갑인 ‘SSG머니’도 운용 중이다. SSG머니는 현금뿐만 아니라 개인 신용카드나 신세계포인트로도 충전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지난 9월 출시된 롯데그룹의 ‘엘페이’는 바코드를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초기엔 롯데카드만 등록이 가능했지만 15일부터 6개의 신용카드가 추가됐다. 내년 상반기엔 이전 온라인과 모든 그룹사 가맹점에서 엘페이 사용이 가능하게 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의 ‘H월렛’은 현재 4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휴대전화를 결제 단말기에 올려 놓으면 앱이 자동 실행돼 결제가 되는 ‘온터치’ 방식을 사용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간편결제 서비스의 핵심이 ‘범용성’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 카드와 달리 특정그룹 계열사 내에서만 활용이 가능할 경우 활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유통업계는 다른 업종과 활발한 제휴를 통해 범용성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는 최근 스타벅스와 손잡고 SSG페이로 결제하는 고객에게 커피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롯데그룹은 내년 온라인 선불 머니 서비스를 포함해 교통카드 ‘캐시비카드’와 제휴한 충전형 서비스를 내놓을 방침이다.
금융권은 유통업계의 빠른 핀테크 도입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보통 결제계좌를 통해 충성고객을 유치하는 경우가 많고, 결제의 신뢰도를 보증해주는 것도 은행의 신용이었다”며 “기존 관념을 깬 유통업계의 페이나 선불카드 출시는 은행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와 직접 경쟁하기보다 접점을 빠르게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SC은행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에 태블릿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스마트뱅킹유닛(SBU)’ 점포를 늘려가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 직원 2~3명 규모 ‘뱅크샵’과 직원 1명만 있는 ‘뱅크데스크’를 운영
[정지성 기자 / 조성호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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