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시장의 큰 변수였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전반적으로 분양가를 끌어올리지는 않았고, 지역별 차별화를 강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매일경제신문이 부동산114와 리얼투데이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올해 3.3㎡ 당 평균분양가는 서울의 경우 1940만원으로 지난해(1894만 원)보다 2.4% 올랐다. 지난해 분양가 상승률(16.12%)보다 크게 둔화됐을 뿐 아니라 강남3구 폭등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 분양가는 오히려 떨어진 셈이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은 1058만원으로 지난해(1054만원)보다 오히려 소폭 떨어졌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은 강남권 재건축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을 넘어서며 폭등했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간 민간이 소유한 땅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분양가가 더 높아지지 못하도록 제한하던 이른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코앞에 닥치면서 올초 시장에서는 ‘분양가가 대폭 오를 가능성이 크니 미리 집을 사야할 것’이라는 예상이 앞다퉈 나왔다. 분양가 상한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말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고자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올해 4월 이후 싼 땅값을 이용해 투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공공택지를 제외한 민간택지의 경우 상한제가 폐지되는 바람에 서울 도심권 재개발·재건축이나 민간이 조성한 뉴타운 등에 들어설 아파트 분양가 상승 심리가 생겨났다.
결과는 ‘분양가 폭등’ 예상을 비켜갔다. 올해 분기별 분양가는 서울이 2분기 1927만원, 3분기 1911만원, 4분기 2166만원 선이었다. 오히려 1~3분기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던 지난 2012년의 분양가(1944만원)보다도 낮았다. 다만 4분기에는 분양가가 최소 2787만원~최고 4257만원을 오가는 강남권 재건축 6개 단지가 한꺼번에 몰렸다는 측면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서울 분양은 재건축·재개발·뉴타운이 대부분인데 물량 비중을 고려하더라도 강남권 재건축과 성동구 일부 재개발 단지를 제외하면 분양가를 높인 곳보다는 오히려 인근 시세에 맞추는 경향이 대부분이었다”며 “지난 7월 분양한 ‘녹천역 두산위브’등 서울에서 분양가가 가장 싼 10곳 중 5 곳이 모두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분양한 민간택지 아파트였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양가는 전세난이 가속화되면서 주택 시장 축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은 “분양가 상승은 강남권에 제한된 국지적 현상이고 기본적으로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서로 조정하며 움직인다”며 “저금리 기조 속 부동산 투자가 늘기는 했지만 수도권은 분양권 전매제한이 있는 데다가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면 수요가 뒤쫓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요즘엔 건설사들도 분양가를 높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건설사로서는 오히려 미분양 걱정 때문에 분양가를 쉽게 올리지 못한다”며 “공공택지 비중이 비교적 높은 수도권은 땅값 자체가 올라 분양가가 오른 측면이 있지만 민간개발사업은 오히려 실수요자를 겨냥해 이른바 ‘착한 분양가’전략을 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수요가 대세라는 수도권 중심 분양가가 지난해보다 크게 오르지 못한 반면 분양권 전매 제한이 없어 투기 과열 양상을 보였던 부산·대구지역 분양가가 지난해보다 각각 24.7%, 23.4%씩 올라 차별화됐다.
이제 더 이상 강남권 고분양가가 수도권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이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에는 주 수요층이 30~40대 실수요자로 옮겨가는 추세에 기반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강남의 가격 상승세가 비강남으로 이전한다고 속단하면 안 된다”며 “30~40대가 선호하는 마포나 금호 등 직주근접형 비강남 지역 분양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이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전부터 강세였고 강남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분양가 상승 유인은 약할 전망이다. 금리인상과 대출 규제 등 주택시장 압박 요인 속에서 오히려 미분양이 걱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분양가 상한제가 서너 번 도입됐는데 폐지한 이후 분양가가 조금씩 오른 경향성을 보였지만 사실상 공사비 등 원가를 반영하는 원가연동제 방식에 물가 상승분을 고려해 운영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장 파급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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