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미분양 주택이 5만 가구에 육박하면서 주택시장에 암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한 달 새 50% 이상 급증한 미분양으로 부동산시장 급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그동안 간간히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됐지만 정부가 지켜보기만 한 것도 주택시장 위험징후인 미분양 급증으로 이어져 화를 키운 것 아니냐는 평가다.
실제로 11월 미분양 결과가 집계되자 화들짝 놀란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기자실로 내려와 미분양 증가 원인을 설명하며 ‘미분양 공포’ 확산 차단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택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11월 미분양 급증은 강호인 국토부 장관 취임 후 처음 닥친 위기로 볼 수 있다”며 “강 장관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이 급증한 원인에 대해 국토부는 분양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10·11월 분양물량은 8만4000가구·7만3000가구로 지난 2007년 통계 집계 후 최고 수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인·허가를 받고 연내 착공하는 비율이 61.4%로 33~50% 수준이던 과거에 비해 크게 뛰었다”며 “장기 추세를 보면 전월 분양승인 물량과 당월 미분양 증감은 동행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얼어붙어서가 아니라 분양물량 집중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이 지난달 오히려 2.9%(315가구) 감소한 것도 시장을 비관하기에 이른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에는 이미 비관론이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다. 각종 지표도 시장 침체를 우려할 정도로 좋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1만1000여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달 9900여가구에서 이달 들어 28일까지 7400여가구까지 줄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7일 주간 단위로 0.05% 올랐지만 21일 기준으로 0.01% 오르는데 그쳤다. 거침없이 오르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값도 최근 주춤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강남구 은마아파트·송파구 리센츠는 각각 1000만원씩 가격이 빠졌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3주 연속 떨어졌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이 32만여 가구로 최근 11년 중 최대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준공후 미분양이 늘어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하고 주택수요가 악화될 경우 준공 후 미분양이 2018년 2만5000~3만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같이 주택수요가 양호하게 유지된다고 해도 준공후 미분양은 2018년 2만1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분양 증가세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김포와 파주 등 최근 공급이 많았지만 입지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은 향후에도 약세를 피할 수 없다”며 “적어도 내년 1분기, 길게는 2분기까지 미분양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장도 “위례와 동탄2처럼 서울과 가까워도 입주물량이 많은데다 베드타운 성격으로 조성된 신도시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수요자 입장이라면 미분양 증가를 내 집 마련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11월에도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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