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문을 연 1956년, 그해 상장한 기업들 가운데 5곳이 현재까지 이름을 바꿔가며 거래되고 있다.
경방, CJ대한통운, 유수홀딩스, 한진중공업홀딩스, 메리츠화재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 회사는 1956년 병신년(丙申年)에 상장한 이후 60갑자 한 바퀴를 돌아 2016년 현재까지 국내 증시의 거목(巨木)으로 꿋꿋이 버텨 상장 60돌을 맞았다.
지난 1956년 3월 3일 대한증권거래소 출범과 동시에 상장한 기업은 거래소출자증권, 연합증권금융, 조흥은행, 상업은행, 저축은행, 흥업은행, 경성전기, 남선전기, 경성방직, 조선운수, 대한해운공사, 대한조선공사 등 12곳이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있는 기업은 경성방직(경방), 조선운수(CJ대한통운), 대한해운공사(유수홀딩스), 조선공사(한진중공업홀딩스) 등 4곳이다. 동양화재(메리츠화재)는 같은 해 7월에 상장했다.
상장 60주년을 맞는 기업들 가운데 당시의 이름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종목은 없다. 경성방직은 1970년 경방으로 회사명을 바꿨고, 조선운수 역시 한국미곡창고에 인수합병되면서 대한통운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대한해운공사와 대한조선공사 역시 한진그룹에 인수돼면서 각각 한진해운(現 유수홀딩스)·한진중공업홀딩스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 경방, 한국방적산업과 궤를 같이 하다
1919년에 설립돼 설립 97주년을 맞은 경방은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산 증인이다. 경방은 지난 1970년 7월 지금의 상호로 변경한 이후 쇼핑센터, 관광, 숙박업 등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고, 2013년에는 베트남 법인 설립을 통해 새로운 100년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경방의 베트남 진출 사업은 지난 2009년 외환위기 이후 좌초될 위기에 있었으나 2011년부터 다시 검토를 시작, 2013년에 완공돼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경방 베트남의 매출액은 약 250억원을 달성했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협상 타결에 따라 관세가 17~18% 가량 철폐돼 수익성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경방은 국내 최고령 상장기업 중 하나로도 손꼽힌다. 국내에 상장된 기업 중 경방보다 오래된 기업은 동화약품(119년), 성창기업지주(100년), KR모터스(99년) 등 3곳에 불과하다.
경방의 지난해 매출액은 3290억원, 영업이익은 306억원을 기록했다.
◇ ‘택배 업계 1위’ CJ대한통운, 조선총독부부터 CJ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물류기업 CJ대한통운의 시작은 193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가 CJ대한통운의 전신이다. 1950년 한국미곡창고주식회사로 상호를 바꾼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는 1962년에 한국운수로 이름을 변경한 조선운수를 흡수합병하면서 CJ대한통운의 기초를 다지게 됐다. 한국미곡창고와 한국운수의 합병으로 이 회사는 이듬해 대한통운주식회사로 상호명을 교체했다.
이후 동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잇따라 주인이 바뀌었고 2011년에 CJ그룹에 전격 인수되면서 현재의 사명을 사용하게 됐다.
‘택배’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CJ대한통운은 현재 국내 최대의 네트워크와 전문 인력을 운영하고 있어 국내 택배 업계 1위 기업으로 손꼽힌다.
앞서 키움증권은 CJ대한통운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23.5% 증가한 2536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유수홀딩스-한진중공업홀딩스, 한진그룹에 인수돼 다른 길을 걷다
유수홀딩스(구 한진해운홀딩스)의 전신은 1949년 12월 국책회사로 설립된 대한해운공사다. 한진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는 1937년 조선중공업으로 설립돼 광복 이후 대한조선공사로 상호를 변경한다.
이 두 기업은 1960년대 후반까지 국영기업으로 남아있었으나 1968년 박정희 정권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완전 민영화된다. 대한해운공사는 민영화 이후 대한선주, 대한상선 등으로 사명을 변경해 1988년 한진해운을 인수합병했고, 대한조선공사는 1989년 한진그룹에 편입되면서 한진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꾼다.
현재 한진중공업은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한진중공업홀딩스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한 대한해운공사는 2014년 11월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 182만1020주를 전량 매각하면서 한진그룹과 결별 수순을 밟았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과 무관한 기업이 된 한진해운홀딩스는 상호를 유수홀딩스로 변경하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음식점업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실제로 유수홀딩스는 지난해 3월 해외구매대행업체 트리플스와 식품사업을 하는 몬도브릿지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지난달에는 서울 여의도 본사 부지에 푸드타운을 개장한 바 있다.
◇ 메리츠화재, 현존하는 최고령 보험사
메리츠화재의 모태인 조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는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보험사로 지난 1922년에 설립돼 올해로 창립 94주년을 맞았다.
1950년 5월 조선화재는 동양의 1위 손해보험사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동양화재’로 사명을 바꾼다. 이후 1967년 9월 한진그룹계열사에 편입된 동양화재는 임직원과 점포망을 확대하면서 국내 손보사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2005년에 이르러서는 한진그룹에서
메리츠화재는 국내 첫 상장 업체인 12개 기업에 이어 1956년 7월 국내에서 13번째로 증시에 상장해 ‘보험업계 최초 상장사’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메리츠종금증권, 메리츠자산운용, 메리츠캐피탈 등으로 이뤄진 메리츠금융그룹의 한 계열사다.
[매경닷컴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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