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된 회사채 투자 심리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근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회사채를 발행하려해도 이를 인수할 만한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일정 가격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 등을 얹어 투자자 찾기에 나선 것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페이퍼코리아는 7일 300억원 규모 BW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달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넥스트아이와 파수닷컴이 BW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BW는 회사채 형식으로 발행되지만 일정 가격에 발행 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가 부여되어 있다. 채권 이자만 얻을 수 있는 회사채 투자자와 달리 BW 투자자는 발행 기업의 주가 상승시에도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기업들의 CB 발행도 잇따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17일 765억원의 CB를 발행했다. 최근 에스에스컴텍 휘닉스소재 일경산업개발 등도 CB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계획을 밝혔다. CB는 일정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 기업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돼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 전환 전까지 채권 원금과 이자를 보장받을 수 있고 전환 후에는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해 실적악화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기업들이 많아 올해 이들을 중심으로 CB와 BW 발행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CB나 BW를 발행하는 기업은 신용등급이 낮아 일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곳들이 대부분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이 총 61개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신용등급 강등 기업 63곳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지난 연말 BB+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다만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들의 CB, BW 발행이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는 경우 주식시장 물량 부담이 높아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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