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증권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14일 코스피 증권업종지수는 전날보다 2.3% 하락한 1562.7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전일 대비 3.7% 내린 3360원으로 마쳤으며, 교보증권이 3.13%, 대우증권이 3.3%, NH투자증권이 3.5% 하락했다. 증권업종에 속한 32개 종목 중 현대증권(1.3%) 등 4개 종목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증권주 무더기 하락 행렬은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코스피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900선마저 수성이 어렵게 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최근 떨어지고 있는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주가연계증권(ELS)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추가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불안감도 한몫했다.
유진투자증권은 2015년 말 기준 전체 ELS 미상환 잔액(발행잔액)을 64조4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가운데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발행잔액은 60%에 가깝다"며 "H지수 ELS 전체 발행잔액 중 증권사 자체 헤지 규모는 30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국내 5개 대형 IB가 기록한 자체 헤지 물량만 14조원을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증권업황 부진으로 지난해와 같은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9곳 가운데 7곳의 올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4~18% 줄어들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증시 거래대금 상승 여지가 제한적이기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8조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1조5000억원 감소하고 연말 영업 강도 완화로 인해 브로커리지 수익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은 트레이딩 수익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