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40억원 수준이던 승화프리텍이 상장폐지로 정리매매를 시작하자 8000억원대까지 시총을 불리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리매매의 특성을 이용한 투기적 자금이 유입된 데 따른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승화프리텍은 전일 대비 1만7200원(43.00%) 내린 2만28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8500억원으로, 1000개가 넘는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2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불과 4일 후인 오는 22일 이후부터는 장내에서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종목이 이 정도 가격에서 거래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통상 정리매매에 돌입하면 몇백원 수준에서 거래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사가 거래정지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 2014년 10월 20일 기준 시가총액은 42억원에 불과했다.
전날의 상황은 더 심했다. 전거래일인 지난 15일 이 회사의 주가는 4만원에 마감했다. 1조4969억원으로 코스닥 시총 순위는 11위였다.
상장폐지를 앞두고 주식을 처분한 주요 주주들의 매각가를 봐도 현 주가가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이 회사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했던 개인주주 2명은 지난 8일 장외거래를 통해 이 회사의 신항묵 대표에게 지분 600만주를 매각했는데 당시 매각가는 주당 333원이었다. 주요 주주들이 300원 수준의 가격에서 매각한 주식이 시장에서는 2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의 정리매매 직전 기준가는 1만7400원이었다. 거래 정지 직전 이 회사의 종가는 145원이었지만 120대 1의 감자를 거쳐 145원의 120배인 1만7400원에서 기준가가 결정됐다. 정리매매가 시작하면 통상 기준가 대비 90% 수준의 폭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기존 주주들이 주식을 투매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매매거래 재개 당시 이 회사는 1만2000원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1만4050원에 정리매매 첫날 거래를 마친 뒤 전날 195% 폭등했다가 이날 43% 수준으로 폭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승화프리텍의 주가가 이상 현상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로 현재 유통주식수가 상당히 적다는 점을 꼽고 있다. 기존 주식 보유자의 지분은 감자를 거치면서 크게 줄었고 기업 회생을 위해 지난해 6월 이후부터 제3자 배정방식으로 주식을 취득한 대주주측은 보호예수에 묶여 지분을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승화프리텍의 발행주식수 3700만주 가운데 현재 매매가 가능한 물량은 24만주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정리매매의 특성을 노린 투기성 자금도 유입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리매매는 30%의 상하한가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리매매 종목은 상당한 변동성을 보이게 되는데 이를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 적지 않다. 투매가 벌어지는 시점에 주식을 대거 매입한 뒤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매수자를 유인하고 높은 가격에 되파는 방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종목의 정리
증권가 관계자는 “정리매매 종목이 정리매매 첫날 폭락했다가 둘째날 이후 급등하는 현상이 종종 있긴 하지만 결국은 주가가 본연의 기업가치를 찾아가게 돼있다”라며 “언제 몇백원 수준으로 주가가 폭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종목인 만큼 신중한 투자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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