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나나’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와 엇비슷한 급락장을 경고하는 비관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홍콩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도 이같은 공포심리가 깊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흘간 설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한국 증시는 11일 북한 리스크와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급락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1860선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6.25포인트(2.93%) 떨어진 1861.54로 마감했다. 하루 낙폭이나 하락률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62.78포인트(3.40%) 떨어진 2012년 5월18일 이후 3년8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전날 옐런 미 연준 의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올해 추가 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경기회복 둔화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증시에 물론 악재이지만 요즘처럼 글로벌 경기가 안 좋은 때에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하던 미국 경기마저 둔화되면 더 큰 악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설 연휴 기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 등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져나온 것도 국내 증시에 투자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 증시의 하락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서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코스피 1800선도 안전한 선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서는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되는‘리먼식 공포’도 조금씩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11일 일본 증시는 휴장했지만 지난 9일에는 닛케이지수가 하루만에 918포인트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극에 달했다. 일본 증시는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선언한 이후 반짝 랠리를 보였으나 증시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증시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에도 변동성이 커지면서 10년물이 마이너스 구간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기업들은 3분기 실적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발표를 늘리고 있지만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노무라증권 히사오 마츠라 애널리스트는 “미국경제가 상투를 친 2007~2008년과 유사하다고 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늘고있다”며 “저유가로 인한 금융기관의 신용위기를 걱정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닛케이지수의 하락세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2007년 7월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미국 연준은 2006년 6월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려놨지만.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이듬해 9월 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를 인하한 적이 있다.
유럽에서도 도이체방크가 지난해 68억유로(약 9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갑작스레 자본 조달 위기설이 불거져 지난 8일 주가가 10%가량 폭락했다. 적자 규모는 예상치와 비슷했으나 시장에서는 은행이 다시 자본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연으로 받아들였던 것.
윤지호 이베스트 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계 은행들이 자산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특히 유럽계 자금의 AP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금융기관 파산에 대한 공포심리까지 시장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춘제 연휴로 12일까지 쉬는 중국 증시가 15일 개장하는 것이 새로운 변수가 될수있다. 또 단기적으로는 11일 유로존 장관회의, 12일 EU 재무장관회의, 26~27일 열리는 G20재무장관 회담에서 글로벌 경기 부양을 위한 국제 공조목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 특히 3월 5일 개막하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3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매크로전략팀장은 “중국 경기 불황에서 시작된 글로벌 증시 불황이기 때문에 3월 전인대에서 중국이 얼마나 강력한 재정정책을 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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