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두산밥캣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관련 절차를 개선하도록 유도할 방침이어서, 이번 상장이 국내 증시에 해외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주목을 끌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북미 밥캣 임직원들의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밥캣은 미국에서 설립된 지 50년 된 데다 트랙로더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자랑하는 회사"라며 "최근 영업실적까지 좋아지면서 투자하고 싶다는 미국 임직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소형건설장비 글로벌 1위 기업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2007년 인수해 한국에 지주회사 형태로 본사를 두고 있지만 1958년 미국에서 설립돼 해외 32개 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해 북미 건설경기 회복에 힘입어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4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밥캣'은 소형건설장비의 대명사일 정도로 유명한데, 스키드 스티어 로더 같은 주요 제품의 미국 내 점유율은 42%에 달한다.
두산밥캣 상장으로 외국인 기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도 커질지 기대된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해외 32개 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밥캣 임직원은 총 5700명에 달한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은 그동안 펀드 등을 통해 바스켓으로 아시아와 한국에 투자했지, 국내 특정 종목에는 사실상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이번 밥캣 상장은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눈을 뜨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외국인 개인 투자자가 현지에서 직접 국내 주식을 매매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국인 개인 투자자가 현지에서 직접 국내 주식을 매매하려면 국내 증권사를 통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외국인 투자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개인이 직접 본인 신원을 증명하는 서류를 공증받고, 국내 증권사와 대리인 계약을 맺은 후 투자등록증을 받아야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거래도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 계좌를 트면 국내 주식과 동일하게 해외 주식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거래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복잡한 절차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증시에서 낯선 현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매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 개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투자 수요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관련 시스템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현재 금감원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는 총 4만1711명인데 이 중 개인은 1만456명(25%)에 불과하다. 외국인 개인 투자자는 매년 300명 안팎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투자등록증을 받고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 개인은 대부분 교포거나 교포의 지인"이라며 "한국과 인연이 없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두산밥캣 상장 주간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거래소는 주간사로 선정된 증권사로 하여금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 수요를 파악해 현지에서 직접 투자가 용이하도록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해외 현지 증권사와 업무협약(MOU)을 맺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두산밥캣은 이르면 다음주 거래소에서 상장 주간사 계약을 체
대형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해외 개인 투자자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5월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이르면 8월 상장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두산밥캣은 글로벌 기업답게 회계 관리가 꼼꼼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