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인 818개 상장사가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연 25일에도 주주가치 침해 가능성이 큰 안건들이 대거 상정됐다.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일부 안건의 경우 소액주주들과 기관투자자 반발이 거셌다. 사조산업을 비롯한 사조그룹 계열사 주총에서는 배당 미실시와 사외이사 선임 문제에 대해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서 열린 사조산업 주총에서는 기관투자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지분 7.46% 보유)과 소액주주들이 재무제표의 승인과 정관변경 등 주요 안건에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들며 반발했다.
주총에 참석한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이익잉여금이 1700억원이 넘는데 왜 배당을 하지 않는가”라며 따졌다. 이 관계자는 “대규모 잉여금이 쌓여 있는데 정관 변경을 통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한도액을 기존의 2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회사도 아닌데 왜 주주들의 지분 희석화 우려가 있는 정관변경안을 상정하느냐”고 항의했다.
투자자들과 소통할 IR 부서도 만들지 않는 등 기업가치를 항상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조산업의 주식을 4만주(0.8%)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한 소액주주는 의사 발언을 통해 “사조는 자산재평가를 하면 부채비율이 20%밖에 되지 않는 건전한 회사이지만 자산재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부채비율이 높게 나오고,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배당도 하지 않고 IR부서도 없으니 주가가 오를 수가 없다”고 항의했다.
그룹 계열사인 사조씨푸드는 5년간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고도 현금배당을 하지 않은 점과 사외이사가 총 8개사의 이사를 겸하고 있다는 점이 주주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를 받았다.
사조씨푸드 외에도 흑자가 계속되는 와중에서도 배당이 없는 기업들에게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디스플레이 생산업체 원익IPS는 지난해 5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5년간 계속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현금배당을 하지 않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헬스케어기업 아이센스도 2015년 166억원의 이익을 봤지만 배당을 하지 않았다. 휴비츠는 25일 정기주총을 통해 아예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회가 승인하는 경우 주주들이 주주제안을 하지 않고서는 배당에 대한 결정도 하지 못하도록 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외이사 선임과관련된 우려들도 많았다.
이날 주총을 연 식품회사 풀무원은 박종원 사외이사가 18년째 역임하고 있어 독립적인 임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사외이사와 감사 모두가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는 인사들이었다. 정병진 사내이사 후보는 한화석유화학에, 김한재 후보는 지주사 한화의 임원으로 재직했던 경력이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과거 해당 회사나 계열사의 임원으로 재직한 경우
건설사 현대산업개발은 육근양 사내이사 후보가 자회사의 감사를 겸하고 있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사내이사가 감사까지 겸임할 경우 내부거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제림 기자 / 이새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