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회복에 힘입어 국내 정유사들이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대기업들의 부채 감축으로 회사채 발행량이 줄어들면서 ‘우량 회사채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신용등급 AA 이상인 정유사들의 회사채 시장 복귀를 반기는 모습이다.
3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지난 해 4월 이후 1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해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에스오일도 다음달 중순 3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KB·NH투자증권 등과 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발행시장(DCM) 관계자들은 SK에너지도 오는 5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에 대비해 조만간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되면서 회사채 투자자들의 우려가 컸던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GS칼텍스와 SK에너지 신용등급은 각각 한단계씩 하락했고 에스오일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전망이 붙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만들어 되팔 때 발생하는 정제 마진이 높게 형성되며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뿐만 아니라 정유사들의 운전자금 축소와 적극적 재무관리를 통한 차입금 감소 노력으로 부채비율까지 하락하며 신용등급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정유 4사(SK에너지 GS칼텍스 에스오일 현대오일뱅크) 합산 기준 매출은 107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4조8000억원에 이른다. 유가 하락 영향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3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최근 4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정유 부문의 경우 2014년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 약세로 2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15년에도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며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를 뛰어넘는 정제마진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2조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중동 등 산유국은 저유가로 인한 자금조달 문제로 증설계획이 지연되고 있으며 중국도 환경문제 대응을 위해 정제설비 증가에서 탈황설비 증축으로 투자를 선회했다”며 “구조적 요인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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