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4월 유가증권 시장에 신규상장된 코오롱머티리얼(주간사 NH투자증권)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영업손실 67억원과 77억을 기록했다. 최근 2년간 적자를 지속한 탓에 2013년 주당 1만6000원을 웃돌던 회사 주가는 5일 종가기준 8950원까지 떨어졌다.
#2013년 영업이익 44억원으로 코스닥에 데뷔한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 세호로보트(주간사 IBK투자증권)는 이듬해인 2014년에 영업손실 10억원으로 적자전환하더니 지난해엔 90억원으로 적자폭이 대폭 늘어났다. IT 고성장주로 기대를 모으며 시초가 1만4000원으로 출발했던 세호로보트는 연초 40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8700원)는 일주일 만에 주가가 30~40%씩 급등락하는 종목이 됐다. 회사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지난달 ‘인터불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유통사업 진출을 모색중이다.
기업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제도가 도마위에 올랐다. 상장 후 적자기업으로 돌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예비심사기업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시장 예측 없이 무작정 기업공개(IPO) 기업 늘리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2~2014년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신규상장(SPAC·상장폐지 제외)한 106곳 중 23곳이 상장 이듬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젠스·맥스로텍 등 2012년 상장사 중 6개, 2013년과 2014년 각각 7개와 10개 기업이 포함됐다. 이 기간 동안 주식시장에 등장한 상장사 5곳 중 적어도 1곳이 적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의미다.
이익창출 능력이 퇴보한 상장사는 10개 중 7개에 달한다. 106곳 중 상장 년도 대비 지난해 영업익이 늘어난 기업은 35곳인 반면 줄어든 71곳 가운데 55개 기업은 영업손실이 났거나 이익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현대로템(2013년 영업익 1744억원→2015년 영업손 1928억원)이, 코스닥에서는 지디(2013년 영업익 238억→2015년 영업손 68억)가 가장 큰 격차를 보였으며 상장 후 3년 내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곳도 6개로 집계됐다.
IPO는 높은 성장성을 보유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시장에 공개해 투자를 유치하고 성장을 촉진시키는 주식시장의 ‘꽃’으로 불린다. 이런 이유에서 연간 IPO 기업 수는 그 해 주식시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거래소가 최근 수년간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IPO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갓 이름을 올린 기업들이 연이어 손실기업으로 돌변하면서 거래소 상장심사제도에 대한 신뢰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별되지 않은 새내기주에 돈을 넣었다가 실적이 급락해 피해를 입는 것은 투자자들”이라며 “상장실질심사를 통해 기업 실적부터 미래 성장성까지 정밀한 정량·정성적 평가를 거쳐야 할 거래소가 단순히 IPO 기업 수 늘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IPO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 지난 2014년 6월 신설한 상장유치부와 상장유치팀 역시 양적인 성장에만 무게를 둔 조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갯수 늘리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상장심사승인율은 비상식적으로 높아진 상태다. 2013년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을 시도한 32곳 중 30곳이 2014년에는 상장심사를 신청한 45곳 중 노바렉스와 안트로젠을 제외한 모든 회사가 상장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상장신청 기업이 79개에 달했는데 이중 미승인을 받은 곳은 3곳 뿐이었다. 최근 2년간 심사승인율이 95%를 웃도는 상황이다.
국내 중형 증권사 IPO담당 임원은 “IPO 시장에 한파가 불었던 2012년(28곳 상장)에 비해 기업들의 사업환경이나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최근 3년간 상장기업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며 “심사 문턱이 낮아진 점을 이용해 실적 경쟁을 벌이는 증권사들이 무분별하게 비상장사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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