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회사들의 ‘로봇 앓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복잡한 외부 요인과 난해한 금융상품이 쏟아지는 투자 환경 속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줄 로보어드바이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로봇이 고객 투자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은 최소화 한다.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로는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른 복잡한 경우의 수를 신속하게 처리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는 점, 자문 수수료 등이 저렴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같은 기대효과로 인해 금융투자업계는 로보어드바이저 도입과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핀테크 육성의 핵심 키워드로 로보어드바이저를 강조하고 앞으로 국민 자산관리에 있어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도록 온라인 투자 자문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지원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금융투자회사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형증권사부터 중소형 자산운용사까지 잇달아 로봇 알고리즘이 가미된 자산관리 상품과 시스템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아직 퀀트 시스템(수학적 모델을 이용한 계량분석기법) 수준이라는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도 조금씩 시스템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다.
신한금융투자는 첨단 로보금융 서비스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1일 출시한 ‘신한명품 밸류시스템 자문형 로보랩’은 로보어드바이저상품은 밸류시스템투자자문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인 ‘아이로보’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운용한다. 종목별 거래대금까지 감안해 리스크를 관리하며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조합해 분석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이용해 매매 타이밍을 잡는다.
삼성증권은 업계 유일의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개발하고 ‘투자성과 검증 시스템’과 관련한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 이 시스템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다양한 국면이 반영된 과거 10년간의 주식시장과 지금의 시장을 가상 환경으로 완벽히 재현한다. 이를 통해 로봇의 운용전략이 실제 투자환경에서 통하는 지를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에도 업계 최초가 있다. 투자자가 자신에게 맞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골라 자산관리를 맡길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마켓’이다. 이를 위해 대우증권은 디셈버앤컴퍼니, 밸류시스템투자자문 등 4개 자문사가 보유한 7가지 로보어드바이저 일임형 상품을 준비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디멘젼·쿼터백 등 세 자문자의 랩 어카운트로 구성된 ‘한국투자 로보랩’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각 자문사는 독자적인 자산배분 알고리즘을 통해 위험자산 투자비중에 차이를 둔 적극투자형과 중립투자형 2가지 유형을 고객에게 제시한다.
현대증권은 지난 2월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일임형 랩 ‘현대 able 로보랩’을 출시했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기법을 이용하는 이 상품은 투자자가 본인의 투자 성향을 입력하면 이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 제공한다. 자문사 포트폴리오 데이터와 현대증권 전문가의 매매 실행이 결합되는 어드바이저 지원형서비스로, 로봇과 인간의 장점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랩 보수 이외에 일체의 수수료를 징수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유안타증권의 인공지능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티레이더 2.0’은 차별화 된 콘텐츠로 주목된다. 햇빛·안개 등 일기예보 개념을 트레이딩에 접목시켜 매매 시점을 잡지 못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등락 구간을 제시한다. 이밖에도 ‘오늘의 공략주’ ‘오늘의 상승섹터’ 등 다양한 실시간 콘텐츠를 제공한다. 동부증권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 ‘아이로보 알파’는 국내 개별주식과 국내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다. 최소 20개 종목 이상을 대상으로 특정 업종에 편중되지 않도록 종목을 다양하게 분산시키는 시스템이 적용된다. 기본 보수가 없는데다 수익 발생 시에만 보수를 받아 손실 구간에 있는 투자자는 그만큼 적은 비용으로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이밖에도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5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글로벌 자산배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5월 중순 로보 플랫폼 오픈을 준비 중이며, 4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자문사와 협약 관계에 있는 NH투자증권은 기존 랩과 다르게 로봇이 각 계좌별로 펀드 포트폴리오 매매와 리밸런싱을 해주는 ‘디셈버 펀드 랩’도 이달 출시할 계획이다.
중소형 금융투자회사들도
[이용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