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지수는 올 들어 17%가 하락했다. 하락폭만 놓고 보면 중국(-14%)을 넘어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 엔화 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엔화 표시 수출가격은 3.8% 하락하고 기업 이익은 0.8%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기업의 해외 수익을 엔화로 환산하면 이익 감소폭은 이보다 더 크다. 일본 증시가 엔고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 이익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증시가 기댈 곳은 정책뿐이다. 일본은행은 이달 말 정례회의에서 지수연동형펀드(ETF) 추가 매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후 일본 정부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다시 한 번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하는 방안은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이긴다면 약 5조엔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런 경기 부양책이 가시화한다면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다만 그 폭은 당초 전망치(연말 달러당 130엔)보다 낮은 122엔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 수출기업의 손익분기환율은 달러당 103엔으로 추정된다. 만약 105엔 선이 무너진다면 엔고 저지를 위한 정책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예상된다. 이를 용인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일본에 경기 부양을 위한 더욱 과감한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미·일 증시는 동조화 양상을 보였다. 미국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은 일본 제품의 대미 수출 증가와 엔 약세로 연결되는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이후 미국 증시는 회복됐는데 일본 증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이후 일본 채권 금리가 급락해 미·일 간 금리차가 확대됐지만 엔화는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보인 결과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엔화값 강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도 일본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권영선 노무라 수석이코노미스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