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앞다투어 일임형 ISA를 출시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무덤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증권사보다 많은 신탁형 ISA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초반에 힘을 뺀 까닭에 일임형에 가입시킬 잠재고객군이 많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신탁형 ISA는 가입자가 상품을 직접 선택하지만 일임형 ISA는 은행이 몇가지 질문으로 투자자의 성향을 파악한 뒤 모델포트폴리오에 따라 상품을 대신 투자한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들은 탄탄한 영업망을 기반으로 증권사와의 ISA유치경쟁에서 더 많은 가입자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금투협이 지난달 14일부터 ISA의 판매실적을 집계한 결과 ISA의 총 가입자수는 139만4287명으로 이중 은행은 전체의 91%인 126만6668명을 차지했다.
계좌수를 보면 은행의 압승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이용고객군이 많지 않아 은행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액별로 살펴보면 은행 가입금액은 5327억(61%), 증권사는 3427억(39%)으로 점유율에 비해 부진하다.
1인당 평균가입금액은 증권사가 270만원으로 은행(42만원)보다 6배 이상 많다.
가입자만 많았지 실속이 없는 셈이다.
은행권 한 현장관계자는 “신탁형이 출시됐을 때 무리한 내부 할당으로 친인척과 지인을 총동원해 1만원짜리 깡통 ISA를 여러개 만들었다”며 “이제 일임형 ISA의 실적을 또 내야하는데 누구에게 또 부탁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일임형 ISA 가입을 위해 창구를 찾더라도 불충분한 설명에 발을 돌리는 고객들도 종종 보였다. 개인사업자 A씨(39)는 “내가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은행에 맡기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생각해 일임형 출시를 기다렸지만 투자성향만 체크한 뒤 정확한 상품 설명없이 무턱대고 가입하라는식의 태도에 화가난다”고 말했다. 실제 일임형 ISA가입을 위해 은행들을 찾았지만 투자성향에 따른 맞춤상품군을 설명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알려주는 은행은 없었다. 한 은행지점은 ‘가입하면 자세히 알려주겠다’며 가입을 유도하기도 했다.
불완전판매 가능성 또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투자에 주력해왔던 증권사와는 달리 은행은 보수적인 성향의 예·적금 고객을 주로 유치해왔다”며 “은행 일임형 ISA는 판매자와 투자자에게 모두 생소한 상품이기 때문에 일종의 미스매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은행으로서는 신탁형보다 일임형의 수수료가 더 높아 판매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높지만 양측이 상품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졸속판매가 일어날 수 있어 금융당국의 보다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탁형 ISA의 수수수료는 0.1~0.3%수준인 반면 일임형 ISA의 수수료는 0.1~1.0% 정도다.
은행권은 아직 일임형 ISA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넓은 영업망으로 확보한 잠재고객들이 아직 남아있는 데다 계좌이동제가 시행되고 투자실적이 좋다면 신탁형에서 일임형으로 갈아타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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