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중국발 훈풍에 코스피가 보름 만에 2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에서 한 외환딜러가 연중 최고치 2015.93에 마감된 코스피 시세판 앞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이승환 기자]
중국발 훈풍 덕에 코스피가 14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계속해서 상승 탄력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4·13 총선 참패로 여당이 추진 중이던 경제 법안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야당이 부동산 부양보다는 전·월세 가격 안정화에 초점을 맞출 경우 내수 건설과 건자재 관련 업종의 타격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초 여당은 한국판 양적완화(QE) 등을 총선용 공약으로 내세우고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 및 은행법 개정안 통과 등을 추진했다"며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절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경제 법안 처리가 어려워졌고 이는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가 구조개혁 법안 통과를 지연시켜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여소야대로 한국 경제가 더 나빠질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글로벌 경제가 좋아지고 있어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얘기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제 유가 급등으로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우려가 약해지고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커졌다"며 "중국 경제지표 개선은 이미 글로벌 경제가 좋아진 것이 뒤늦게 통계에 반영된 것이며 일회성에 그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총선 결과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채권을 내다 팔면서 채권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급등했다. 한국판 양적완화 기대감이 사그라들자 외국인 투자자도 3년과 10년 만기 국채 선물을 대거 매도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대비 0.037%포인트 오른 1.502%에 거래를 마감해 기준금리(연 1.5%)를 넘어섰다. 5년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각각 0.042%포인트, 0.053%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채권시장 강세(금리 하락)를 지탱해온 것은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양적완화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었다. 여당이 양적완화 실행을 위해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100일 내 발의하겠다고 밝히자 기대감은 극대화됐다. 그
러나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한은법 개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음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약해지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총선 결과 채권시장의 금리 급등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