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소형 오피스텔이 난립해 `벌집촌` 논란이 일었던 서울 마곡지구 전경. 오피스텔 용지 공급 전면 불허가 추진되고 있다. <매경DB> |
18일 서울시와 SH공사가 최근 마무리한 '마곡도시개발 사업 중간평가 및 2단계 실행전략 수립 용역' 결과에 따르면 주거형 오피스텔 용지 매각이 전면 불허된다. 마곡지구는 LG와 코오롱, 롯데 등 60여 개 기업 임직원 16만여 명이 근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거용 오피스텔 용지가 민간에 대거 매각됐다.
마곡지구 오피스텔 용지(총 136필지) 가운데 지난해까지 절반가량인 64필지(47%)가 매각됐다. 건축허가를 받아 준공 예정인 물량을 포함하면 총 1만2968실에 달한다. 초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2013년 6월부터 마곡지구 일대에 30㎡ 미만 초소형 오피스텔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임대수익률이 떨어지고 분양가를 밑도는 '마이너스 피' 매물까지 등장했다.
마곡지구발(發) 오피스텔 임대료 하락이 자칫 서울 서부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마곡지구 개발 2단계 계획안' 용역을 통해 '벌집' 오피스텔 과잉 공급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용지 매각을 잠정 보류시켰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오피스텔 용지 공급 전면 폐지 카드를 꺼낸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상업용지(7만2473㎡)는 100% 민간에 매각됐는데 이 용지의 무려 80%가 오피스텔로 개발됐다. 업무용지(30만5846㎡)도 절반이 매각된 가운데 90%가 주거형 오피스텔 용도로 팔렸다.
서울시와 SH공사는 미매각 오피스텔 용지 등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을 겨냥한 '오픈 플랫폼'을 도입할 계획이다.
전체 산업용지(72만9785㎡)의 62%가 매각됐고 이 가운데 80% 넘게 대기업 연구개발(R&D)센터로 개발되는 1단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이번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대거 입주시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마곡지구가 주목한 곳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안에 지난 3월 문을 연 '스타트업 캠퍼스'다. 경기도는 연구·실험동에 빅데이터, 물류, 법률지원, 기술개발, 브랜드 사업화 등의 기능을 갖춰 청년들이 창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비즈니스를 공유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했다.
SH공사 관계자는 "프랑스 최초 산업단지에서 정보기술, 생명공학 등 기업 1500여 개가 입주한 유럽의 최대 첨단산업단지 소피아앙티폴리스 등도 최근 오픈 플랫폼 조성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스타트업 청년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들어갈 수 있는 공공산업지원시설과 공공형 지식산업센터 도전숙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지원시설용지의 용적률 상향도 검토하고 있다. 지원시설용지(8만1326㎡)는 현재 4분의 1가량 매각됐는데 용적률을 높여 서울 2030플랜에서 3대 도심에 이은 광역 중심으로 승격된 지위에 걸맞게 다양한 상업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LG아트센터를 비롯해 이마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즐길 만한 상가와 백화점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서울시가 부채감축을 위해 상업용지 등을 오피스텔 용도로 팔아버린 뒤 땅이 부족하자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뒤늦게 '공간 확보'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우미경 서울시의원(새누리당)은 "마곡 용지가 장기 비전과 원칙 없이 오피스텔 위주로 매각됐다"며 "마곡은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중요한 땅인 만큼 장기적인 개발 플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용지의 10%가량은 매각을 유보
마곡지구 내 핵심지역인 특별계획구역은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 단지로 꾸밀 예정이지만 고도제한 완화가 변수로 작용해 개발 시기가 다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