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채원 부사장 |
금융업계에 근무하는 백승헌 씨(34)는 2006년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와 어린 시절부터 적금 등을 통해 모아둔 5000만원을 한 펀드에 모두 투자했다.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밝힌 기업의 내재가치를 바탕으로 장기투자한다는 원칙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코스피 대비 다소 높은 수익률 정도 기대하며 결혼 비용 마련 등을 목적으로 투자한 펀드는 현재 1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씨와 백씨가 투자한 펀드는 2006년 4월 18일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당시 전무)이 내놓은 '한국밸류10년투자(이하 밸류10년)'다. 이들은 설정 첫날 가입해 현재까지 보유 중인 극소수의 장기투자자들이다.
이 부사장은 당시 '10년 이상 펀드에 투자할 고객들을 찾습니다. 기대수익률은 은행이자+α입니다'를 구호로 가치투자에 도전했다. 펀드만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심리가 만연했던 당시에 파격적인 기대 수익이 아닌 데다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를 권장하기 위해 환매수수료 부과 기간을 업계 평균(90일)보다 훨씬 긴 3년 이내로 제한한 것은 누가 봐도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특히 주식시장 움직임에 따라 1년에도 몇 번씩 펀드를 갈아타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저평가 기업에 장기투자하겠다는 한국밸류의 승부수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이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첫날부터 펀드매니저의 투자 원칙에 '자발적' 의사로 동참해 현재까지 펀드를 보유 중인 고객은 최씨, 백씨를 포함해 모두 7명이다. 25일 한국밸류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10년간의 운용성과를 발표하고 그동안 자사 투자법에 신뢰를 보여준 투자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투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밸류10년'의 진정한 가치는 장기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3분의 2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투자자보호재단에 따르면 주식형 공모펀드에 5년 이상 투자한 경우는 평균 34.6%에 불과했다. 시장 움직임에 흔들려 펀드 가입·해지를 반복하기 때문에 펀드가 5년간 100% 수익을 내도 실제 수익자는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운용한 마젤란펀드(1977~1990년)가 한 해도 마이너스 없이 누적수익률 2700%를 기록했음에도 전체 가입자 중 절반이 손실 구간에서 펀드를 팔았다는 조사 결과가 좋은 예다.
반면 '밸류10년'은 5년 이상 투자자가 전체 67.5%(2만2228계좌), 8년 이상 투자자가 절반 이상이다. 최근 1년 성과가 부진한 편임에도 펀드에서 자금이 빠지지 않고 있는 것도 결국에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신뢰 때문이다.
박래신 한국밸류 대표는 "펀드의 장기 가치투자가 제대로 실천되려면 이를 지켜줄 수 있는 투자자들의 믿음과 소신이 중요하다"며 "밸류10년의 진정한 경쟁력은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밸류10년'의 투자 철학에 부합하는 종목으로는 동아타이어가 대표적이다. 펀드 설정 때부터 현재까지 담고 있는 이 종목은 10년 전 10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기준 850억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가도 6000
고객 백씨는 "단기간 깜짝 실적은 실제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채종원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