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내면 쏠쏠한 할인혜택을 챙길 수 있다는 정보를 들은 A씨는 보험료 납부방식을 바꾸기 위해 보험사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콜센터 직원은 ‘저희 회사는 카드납이 안된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연신 반복했다. A씨는 회사만 다를 뿐 비슷한 보험료를 내는 유사한 상품에 가입했는데 자신이 가입한 보험은 카드납이 안된다고 하니 손해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내면 가입자들은 제휴서비스를 이용한 보험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꺼리는 보험회사들도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험사입장에서는 카드사에 수수료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9사(한화생명, 알리안츠생명, 교보생명, 푸르덴셜생명, ING생명, PCA생명, KDB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IBK연금보험)는 보험료를 카드로 낼 수 없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SGI서울보증을 제외하고 모두 카드납을 허용하고 있다. SGI서울보증도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보증료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손보사들이 생보사보다 대체적으로 카드납에 관대한 것은 수수료 부담이 생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체적으로 자동차보험 등 보험료가 적은 개인보험에 한해 카드납을 허용하는 손보사들이 많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손보사들의 경우 1년에 1~2번 정도 월납하는 자동차보험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수수료 부담도 크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편의를 위해 카드납을 적극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GI서울보증이 카드납을 허용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험료가 크게 비싸지 않아 수수료 부담이 적은 데다 지점에 방문해 보험료를 납부했던 개인고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반면 생보사들은 보험료를 카드로 내는 고객들이 그닥 반갑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생명보험은 손해보험보다 단가가 높기 때문에 사업비를 줄여 조금이라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 하는 등 관련 경쟁이 치열하다”며 “보험료 카드납을 허용할 경우 2~3%를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야해 회사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수수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종신·연금 보험료 카드납을 폭넓게 허용하는 생보사들의 속사정은 제각각이었다.
특히 동일계열사에서 카드회사를 갖고 있는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카드로 내면 할인혜택과 추가경품을 제공하는 등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삼성생명은 보장성보험과 계열사인 삼성카드에 한해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인터넷 저축보험으로서는 유일하게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카드로 정기이체는 불가능하지만 2회 보험료부터 매달 전화로 신용카드 납부 신청을 하면 즉시승인해준다. 현대라이프 또한 보험료 할인이 되는 ‘현대카드 ZERO’를 통해 보험료를 내라는 식의 안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생보사 역시 모든 보험상품의 카드결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저축성보험의 경우 약속한 기한에 이자를 얹어 지급해야 하는 적금과 비슷한 구조라 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하기는 어렵다고 보험사들은 입을 모았다.
금융감독원 또한 보험사와 상품에 따른 카드납 허용정도가 제각각이기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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