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달러 대비 원화값이 4영업일 연속 하락하자 KEB하나은행 딜링룸 관계자가 이날 모니터를 쳐다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주형기자> |
전문가들은 지난달말 미국 정부 환율보고서 발표후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국내 금리인하 가능성과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함께 맞물린 게 이번 원화값 급락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내달말까지 원화값 약세 기조가 계속되면서 1190원선에 도달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외국인,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
현재 외환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다. 특히 지난 9일 발표된 HSBC 보고서 등에서는 호주, 싱가폴같은 아시아 주변국 기준금리 인하에 발맞춰 한국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외환업계 관계자는 이날 “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경기둔화 우려에 맞서 금리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원화약세는 한국도 주변국처럼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심리와 함께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맞물린 영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한국의 통화절상율 비교대상으로 삼는 국가가 호주, 싱가폴, 대만 등인데 이들 국가들이 올해들어 모두 완화적 금리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4일 호주는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깜짝 인하했다. 호주에 앞서 싱가폴은 지난 4월 0.5%에서 0.13%로, 대만은 지난 3월 1.63%에서 1.5%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아시아 주변국들의 금리인하가 잇따르면서 한국도 금리를 조만간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대내적 원화 약세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또 해운·조선 분야 구조조정 이슈와 맞물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조만간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하반기에 금리를 올리고 난 이후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엉뚱한 엇박자가 될 수 있어 앞으로 금리인하 기회가 몇 번 남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 중 ‘비둘기파’가 많다는 점도 금리인하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외환팀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있고 구조조정으로 경기부양 필요성이 높아지는 등 국내 이슈만으로도 외환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금통위가 이번에는 아니어도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미국 연준, 기준금리 2차례 인상 발언
대외적으로 볼때 달러강세를 이끄는 또다른 요인은 무엇보다도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다.
미국 연준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올해 2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올해 기준금리가 2~3차례 인상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4월 고용지표가 다소 부진하게 나왔지만 윌리엄 더들리 총재는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경제에 대한 판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무게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금리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김용준 팀장은 “미국에서 잇따라 금리인상 지지발언이 나어몬셔 달러 강세가 이어졌고, 아소 재무상 등 일본 환시 개입 준비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최근 엔화 약세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원화 약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기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금리를 2차례 올린다면 6월과 12월로 나눠서 올릴지, 9월과 12월에 몰아서 올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6월 인상설은 점점 사그러들고 있다.
◆환율보고서 발표로 원화강세 압력 감소
미국 환율보고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점도 최근 며칠간 이어진 원화 약세의 핵심원인이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주요 교역 대상국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5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데 그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우려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기존에도 환율보고서 발표후 환율은 오름세(원화 약세)를 보여왔는데 이번 보고서를 앞두고는 특히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 등 미세개입이 어려워질 것을 경계해 원화강세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3월까지는 오히려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260억달러(약 30조원)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나 오히려 “과거 몇 년간의 원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비대칭적인 개입에서 벗어난 현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4거래일 연속 이어진 원화 약세는 특별
[이승윤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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