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창호(36·가명) 씨는 급전이 필요해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했다. 은행권 이용이 가능했지만 모바일로 쉽고 빠르게 대출을 진행할 수 있어 단기 자금 목적으로 저축은행에서 500만원을 썼다. 금리는 연 8% 수준. 이후 은행 업무로 신용등급을 확인한 서씨는 깜짝 놀랐다. 신용등급이 6등급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단지 저축은행 대출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신용등급 하락을 겪는 일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절차상 적지 않은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현행 신용평가방식 개선을 추진중이다. 은행권 수준으로 금리가 떨어졌음에도 저축은행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에 불이익이 발생하면서다. 현 신용평가방식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한 것.
통상 은행권 대비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보험사 등 2금융권 대출은 이자부담이 큰 만큼 연체율이 높다. 이러한 통계치 때문에 업권 대출시 과도한 신용등급 하락을 겪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신용평가회사(신평사)들은 통계상 연체율이 높은 업권 대출시 부실 가능성을 미리 신용등급에 반영한다. 이것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평균 10%대 중금리 신용대출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SBI저축은행이 출시한 중금리 대출 ‘사이다’ 금리는 최저 연 6.9%부터 최고 13.5%까지다. 은행권 대출금리 수준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대출금리가 내려 이자부담이 낮아지면서 연체율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평균 11~13% 수준(작년 기준)의 연체율을 보이던 업권 신용대출은 중금리 상품 출시 5개월 남짓한 현재 연체율 제로(0%, SBI, JT친애저축은행)를 나타내고 있다. 대출잔액은 900억원에 달한다.
중금리 대출이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현 신용평가방식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업권 이용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고금리가 중저금리로 낮아졌고 연체율이 뛰지 않기 때문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신용평가방식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용평가방식 개선에 절차상 긴 시간 소요가 불가피해 중금리 대출 이용에 따른 신용등급 불이익은 상당기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주요 신평사들은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에 대한 연체율 안정 통계가 있어야 과도하게 신용등급이 하락하지 않도록 반영할 수 있는데, 5개월 남짓한 중금리 대출 실적을 가지고 연체율 안정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통계 일반화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는 얘기다.
신평사 한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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