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이르면 18일 삼성중공업이 제출할 유동성 부족 현황과 향후 자구안 내용을 보고 신규 자금 지원 여부·규모와 추가적인 자구안 마련 요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당초 20일까지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할 계획이었는데 세간의 관심을 반영해 제출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최근 유동성 부족 수준이 일부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공정상의 문제에 따른 일시적인 수준인지, 구조적인 부실이 계속되는 수준인지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을 받아봐야 한다"며 "일시적인 문제라면 특별한 부대조건 없이 지원이 가능하겠지만 구조적인 문제라면 대주주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이 2조원 이상 신규 자금이 필요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에 공식적으로 유동성 부족 현황을 전달받거나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받은 바 없다"며 "채권단이 판단하기에 삼성중공업에는 1조원 안팎의 현금 흐름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조 단위 신규 자금을 요청할 정도라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 불가피한데 채권단 동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해양플랜트 추가 손실에 따른 삼성중공업의 부실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이라 삼성중공업이 근본적인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자금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옛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정상화 방식에 준하는 대주주의 경영정상화 참여가 불가피하다. 삼성중공업 최대주주는 17.62%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다. 삼성생명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을 포함하면 삼성 측이 24.08% 지분을 갖고 있다. 채권단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룹의 핵심 회사고 굵직한 자산을 갖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매각,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 등을 통해 위기 돌파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과 유가증권 외에는 자산이 없는 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출 10조원 정도인 삼성중공업이 반년째 수주를 전혀 못하고 있어 선수금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기존 수주분 중 상당수는 인도 시 수주액의 70~8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이기 때문에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2조원 안팎의 지원 요청액이 커 보이기는 하지만 매출에 버금갈 정도로 원가가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불을 끌 수 있는 정도의 자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 고통 분담은 원칙"이라며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을 받아본 뒤 결정해야 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삼성전자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주주로서 유상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이번주 내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 계열사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