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는 듯 하던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구 대우증권)의 합병 과정에서 매수청구권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합병 발표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여전히 매수청구권 행사가격 부근에 머물고 있지만 현재 수준보다 더 하락할 경우 합병 무산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27일 증권가에 따르면 전날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관련 매수청구권 행사가격 7999원을 밑도는 7920원에 마감했다.
미래에셋대우 주가는 합병 발표 직후인 지난 16일 장중 16%까지 뛰었다. 하지만 17일부터 전날까지 8거래일 중 6거래일 동안 하락마감하는 등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수준 아래로 주가가 밀린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20분 현재 주가는1.39% 오른 8030원에 거래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16일 장중 2만8750원까지 올랐다가 전날 2만3650원에 마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2만3372원으로 현 주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4일에는 미래에셋증권 주가도 매수청구권 가격 아래로 내려오기도 했다. 같은 시간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0.85% 오른 2만3850원을 기록중이다.
매수청구권은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합병 신주를 받는 대신 정해진 가격으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이 가격이 미래에셋대우는 7999원, 미래에셋증권은 2만3372원이다.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회사 주가가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웃도는 상황이라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주주는 거의 없다. 합병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에서 정한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으로 주식을 파는 것보다 주식시장에서 매각하는 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가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밑돌게 되면 주주들이 대거 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가가 매수청구권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 그 가격에 주식을 산 뒤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면 무위험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노린 투자자들 탓에 매수청구권 행사 수량이 더 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건이다. 당시 두 회사의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삼성중공업이 2만7003원, 삼성엔지니어링이 6만5439원이었다. 하지만 두 회사 주가는 각각 2만5050원, 5만9100원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의 매수 한도인 4100억원을 크게 초과하는 7063억원의 매수 청구가 들어와 결국 두 회사의 합병이 무산된 적이 있다. 앞서 지난 2012년에도 네오위즈게임즈와 벅스(구 네오위즈인터넷)이 합병을 추진했지만 주가 부진으로 매수 청구금액이 당초 한도인 200억원의 2배에 달하는 403억원이나 청구돼 합병이 불발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매수 청구권 한도를 따로 정해두진 않았다. 하지만 합병 법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약 9035억원이고 두 회사의 현재 합산 시가총액이 5조2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17% 이상의 매수 청구권 행사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가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할 수 있는 기한은 합병 주주총회 하루 전인 오는 10월 19일까지다. 이때까지는 두 회사의 주가를
증권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 시너지 문제보다 증권업황이 부진해 증권주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 합병 주주총회까지 넉넉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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