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레버리지비율 1100%’ 규제 시행을 전후해 주요 증권사들이 환매조건부채권(RP) 잔고를 최근 1년새 3조원 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비율은 증권사의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증권사의 신용위험 확대와 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막기위해 지난 1월 도입됐다. 증권사들은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RP를 ‘울며 격자먹기’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3일 매일경제가 주요 증권사 레버리지비율 규제 대응현황 파악한 결과 지난 1분기 한화투자증권은 RP 발행잔액을 지난해 말대비 1조2466억원 줄였다. 이어 대신증권(-3464억원) KB투자증권(-3314억원) 교보증권(-2884억원) 삼성증권(-2425억원) 등도 각각 3000억원 안팎 줄였다. 이들보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작년 3월말 이후 최근 1년 사이 8927억원, 동부증권이 같은 기간 1842억원 어치를 줄였다. 7개 증권사를 합하면 약 3조5000억원이나 발행잔액이 줄어든 것이다.
레버리지비율은 2013년 이후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등 증권사 신용을 담보로 발행되는 금융상품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지난 2014년 10월 도입을 결정했다. 금융위는 레버리지비율이 1100% 이상(2년연속 적자인 경우 900% 이상)이면 경영개선권고, 1300% 이상이면 경영개선요구 등 적기 시정조치를 내리도록 돼 있다.
현재 증권사의 부채 항목에서 ELS·DLS와 RP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매우 높다. ELS DLS 발행 및 판매로 증권사가 갖는 수수료는 1% 수준이지만 RP의 경우 0.5% 미만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레버리지비율을 맞추려면 수익성이 낮은 RP를 우선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RP는 증권사가 고객과 약정한 기간이 지나면 언제든 재매수하는 조건으로 판매한 채권인데, 이자율이 연 1%대 중반이어서 투자자들이 단기 운용수단으로 선호해왔다.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레버리지비율 규제 도입의 취지가 모호하다면서 ELS 발행 확대를 막는게 목적이라면 RP를 제외한 ELS에 한해서만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10월 합병을 앞둔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은 레버리지비율 규제가 인수합병(M&A)을 통한 증권업 대형화에 걸림돌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양사가 합병하면 미래에셋증권이 가진 미래에셋대우 지분은 자사주로 인식돼 자기자본에서 빠진다. 지난 3월말 기준 양사의 레버리지비율은 미래에셋대우가 765%, 미래에셋증권이 7
금융당국은 레버리지비율 규제가 올해부터 시행된만큼 아직 제도개선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레버리지비율 규제는 과도한 차입경영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아직 5개월 밖에 안돼 수정을 검토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