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양대 수출기업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호가 이달 들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7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은 러브콜을 보낸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였다. 총 16만4819주(약 2227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반면 현대차 주식은 금액 기준으로 약 360억원에 달하는 26만1072주를 순매도했다.
이 같은 외국인의 활발한 순매수 덕에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8000원(0.57%) 상승한 140만6000원을 기록해 13개월 만에 140만원을 회복했다. 시가총액은 201조원으로 7개월여 만에 20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현대차는 쏟아져 나온 외국인 매물 탓에 결국 14만원 벽을 넘지 못하고 전날 종가와 동일한 13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들이다.
외국인이 단순히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동적으로 거래했다면 두 종목을 똑같이 순매수하거나 순매도하는 현상이 관측됐겠지만 두 종목의 주가 전망이 서로 다르다 보니 매매 패턴이 정반대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낸 5개의 증권사 중 3곳이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7의 이익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하반기에도 3D낸드를 중심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 영업이익을 기존 전망치보다 13% 올린 7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달 이후 9개의 보고서가 나왔지만 목표주가를 높여 잡은 보고서는 하나도 없었다. 신한금융투자와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오히려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최근 자동차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현대차는 한 발 비켜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출시된 신형 엘란트라 판매량이 실망스럽다"며 "이대로 가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6조2000억원 수준에 그쳐 전년에 기록한 6조3579억원보다도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 차이가 두 기업의 명암을 갈랐다는 분석이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상승세를 타고 있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대만 증시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고 있는 것은 정보기술(IT) 섹터의 2분기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로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집중되고 있지만 현대차는 신차 부진 때문에 저조한 실적이 예상돼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적극 사들이고 있지만 삼성전자 우선주는 내다 팔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 주식이 삼성전자 우선주였다. 2만2635주를 약 260억원에 내다 팔았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선호하고 있는 것은 배당정책 때문이 아니라 불황기에 삼성전자의 매니지먼트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 우선주가 보통주에 비해 배당률이 좀 더 높긴 하지만 외국인의 눈높이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선주를 팔고 보통주를 사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와 '삼성전자 효과'로 이날 코스피는 연중 최고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5.45포인트(0.77%) 오른 2027.08에 거래를 마쳐 작년 11월 6일(2041.07)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3143억원어치 순매수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