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6월 09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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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고객 확보 없이 매각 공고 없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진화에 나섰다. 최근들어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업계 목소리가 일파만파 커지자 윤창현 공자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은 8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매각 공고를 낼 순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시장에선 공자위가 이르면 7~8월 중으로 지분 매각 공고를 낸 뒤 9월 경 입찰을 받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7월 매각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당장 지분 인수를 희망한다더라도 언제 말이 바뀔지 모르는 등 가변성이 짙은 시장인지라, 매수 의사 타진이 확실히 안된 상태에서 일정을 못박고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오히려 유가가 안좋거나 중국발 리스크, 영국 브렉시트 위기 등으로 글로벌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 다시 (우리은행 매각 진행을) 접을 수도 있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는 우리은행 매각 협상 전담팀을 꾸린 뒤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와 지분 매각 협상을 벌여왔다. 당시 정부는 중동 국부펀드에 15% 가량의 지분을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순차적으로 매각하겠다는 구상안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가격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가 급락으로 이들 국부펀드들이 해외 투자 계획을 잠정 보류하자, 우리은행 매각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간 바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예금보험공사(예보)를 통해 갖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51%) 중 30% 매각을 재추진하는 데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관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수차례 매각이 무산됐던 전례가 있는 터라, 이번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성 매각에 임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희망 매각가가 어느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격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공자위에선 시장 수요 파악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매각을 공식화 할 계획이 없음을 전했다.
지난해 정부가 정한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일단 우리은행 매각을 진행하지만, 투자자별 매수 가능한 지분율이나 과점주주에게 부여되는 권한·권리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공자위 측 얘기다.
금융위 역시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에 여러 안이 나오고 있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지분 30% 통매각 등을 통한 경영권 매각은 어렵다는 게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당수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인사는 “투자자별 매수 가능한 지분이 최소 4%에서 최대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안도 얘기가 나왔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경영권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 후에도 예보는 여전히 우리은행 지분 21%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게된다.
이로 인해 IB(투자은행)업계에선 우리은행 지분 매각 재추진에 대한 냉담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은행 지분 30% 매각이 우리은행 민영화와 직접적으로 연결짓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IB업계 한 고위 임원은 “일각에선 예보가 우리은행에 대한 경영 간섭을 최소화 할 것이라고 예상 하지만, IB들 중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SI(전략적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우리은행 지분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권에선 우리은행 매각 이슈가 다시 환기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과 연관짓기도 했다. 한 은행권 임원은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면서까지 우리은행 민영화를 최대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연내 임기 만료가 임박해진 상황에서 우리은행 매각작업이 얼마나 진전되느냐에 따라 이 행장의 연임 이슈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