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장기전이다. 향후 영국과 유럽연합 간의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면 국민투표 결과와 달리 브렉시트가 현실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분간 어떤 속단도 내리지 말고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투자방향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26일 증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에도 프랑스·네덜란드의 유럽연합 연쇄 이탈, 남유럽 경제위기 등 다양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할 수 있는만큼 사태추이를 봐가며 투자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악의 경우 이제 막 살아나려는 조짐을 보였던 전세계 경제가 브렉시트로 인해 다시 침체국면에 빠져드는 이른바 ‘브리세션(Brecession·영국 유럽연합 이탈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이 나타날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드라기 총재가 취하는 조치의 방향성 및 수위에 따라 안전자산과 주식 편입 비중을 결정해야 한다”며 “과거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나 2011년 미국 신용등급 하락 때와 비교해보면 코스피가 1800중반까지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주식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전세계 국민들이 유럽연합 붕괴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간판급 수출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인 엔화가치가 높아지면 그동안 일본과 극심한 경쟁을 벌여온 일부 수출업체들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다소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이 역시도 소비자가 아예 지갑을 닫은 상황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만큼 지금이라도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나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미 안전한 통화로 여겨지는 엔과 달러의 가치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24일 국내 국고채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주식 자산 내에서는 경기민감주를 줄이고 소비주 위주로 재편성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소재산업이나 산업재, 특히 조선 건설은 지금도 상황이 안 좋지만 향후 더 나빠질 수 있으니 당분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지난 2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포스코 현대건설 삼성중공업 등이 5~6%대 급락세를 보여 이날 코스피 하락률 3.09%보다 낙폭이 더 컸다. 경기민감업종이 브렉시트 가능성에 더욱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반면 경기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화장품 제약 소비재 등은 상대적으로 나은 주가흐름이 예상된다. 지난 24일 증시에서도 이들 업종은 비교적 선방했다. 이날 아모레퍼시픽은 0.96%, 한미약품은 2.16% 하락하는데 그쳤고 오리온은 오히려 0.11% 상승했다.
물론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뒤늦게 안전자산을 늘려나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이나 국고채 역시 시시각각 가격이 바뀌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너무 비쌀 때 안전자산에 투자하면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안전자산 가치가 크게 오른 상황이어서 추격매수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가치주(실질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 투자를 표방하는 주요 운용사 대표들은 지금이 안전자산이 아니라 주식에 투자할 때라는 입장이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브렉시트 찬성이라는 투표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처음 겪어보는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장이 요동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때일수록 주식에서 좋은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도 “정치적 이슈 때문에 불거진 브렉시트는 실물경제 위기 때문에 촉발된 리먼 사태와 사건의 본질이 다른 데다가 영국은 유로가 아
[용환진 기자 / 이용건 기자 / 유태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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