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아파트 중도금대출 보증을 다음달 1일부터 제한한다고 밝혔다. 아파트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길 경우 보증을 중단하고 1인당 보증건수와 금액도 최대 2건, 6억원(수도권·광역시)·3억원(지방)으로 묶기로 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주택시장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벌써부터 주택건설업계에서는 하반기 분양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울상이다.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도 아파트 분양이 당초 예상만큼 줄지 않아 공급과잉 우려가 높아진 터에 중도금 대출보증 규제가 강화됐다”며 “하반기 분양일정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당국의 노림수는 3가지다. 우선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HUG 보증제한을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강하게 밀어 붙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올 상반기 가계부채 증가액 중 상당부분이 금융권 중도금 집단대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5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19조원 중 집단대출 중가액이 절반이 넘는 10조원을 차지하는 만큼 중도금 대출을 죄어서 가계부채 증가에 제동을 건다는 포석인 셈이다.
주택 공급과잉 우려 해소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50만가구 이상 아파트 분양이 몰려 2018년 이후 입주대란 우려가 불거지자 정부가 중도금대출을 제한해 물량 조절에 나섰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 청약과열·부동산투기를 막고 실수요자 위주로 중도금 대출을 돌리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최근 분양권 불법전매, 다운계약서 등 시장 교란행위를 막기 위해 현장점검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중도금대출 보증이 중단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실수요자에게 불리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보증이 안되면 대출도 안돼 실수요자의 강남 진입이 원천적으로 막히게 된다”며 “개인 신용대출로 중도금을 내게 되면 금리가 올라가 가계부채 질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기는 커녕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 국면과 맞물려 주택시장 경착륙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지방 주택시장은 가격하락, 거래감소, 미분양증가 등 3대 악재에 직면한 상황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주택시장 과열은 강남 재건축 등 국지적 현상일뿐이고 지방은 가격 하락과 거래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중도대출 보증요건 강화가 신규분양에 진입장벽을 높여 시장침체와 내수부진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택협회는 1주택자에 한해서는 중도금대출 보증제한을 없애고 1가구 2주택자라도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를 감안해 보증한도를 6억원에서 7억원으로 높여야 목소리를 높였다. 9억원으로 설정한 보증대상 분양가 기준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반기 분양을 준비하고 있던 건설사들은 말 그대로 폭탄을 맞았다.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해외사업 손실을 국내 주택시장에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HUG 보증제한은 악재중의 악재라는 반응이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서울·수도권의 경우 올해 청약통장 1순위 조건을 6개월로 단축하면서 투자수요 유입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서면 중도금대출이 가능하지만 보증 여력을 갖춘 건설사는 손에 꼽는 데다 회계상 우발채무로 잡혀 보증을 설 건설사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분양이 늘어난 지방에선 임대사업을 위해 사들이는 투자수요가 사라지면 빈 집만 늘고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미 중도금대출 보증을 받은 단지의 경우 희소성 때문에 분양권에 프리미엄(웃돈)이 더 붙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장 다음 달 8일 견본주택을 열고 일반 분양에 들어가는 ‘디 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는 전체 일반분양 물량(70가구)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직격탄을 맞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김기정 기자 / 문지웅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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