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내에서 운용 중인 설정액 1000억원 이상 6개 유럽펀드 포트폴리오(4월 말 기준)를 분석한 결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별 투자 비중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현재 국내 유럽펀드 자금(2조500억원)의 대부분은 설정액 상위 6개 펀드(1조7000억원)에 쏠려 있는 구조다.
6개 펀드 중 영국 투자 비중이 가장 큰 유럽펀드는 '알리안츠유럽배당'(설정액 1563억원)으로 영국 투자 비중이 38.5%에 달한다. 철저하게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다 보니 배당수익률이 뛰어난 HSBC 스탠다드차타드 로열더치셸 등 영국 은행주와 석유기업 등 비중이 높다. 영국 내 비즈니스 비중이 높은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유럽'(1195억원)이 펀드 자산의 30.8%를 영국에 투자하고 있다. 'JP모간유럽대표'(1049억원)도 영국 투자 비중이 21.5%로 국가별로는 가장 높다.
브렉시트 우려가 유럽 증시 급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럽 펀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영국 투자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럽 펀드는 타 지역 펀드에 비해 투자기간을 길게 잡는 투자처로 분류되는데, 이번 브렉시트가 중장기적으로 영국 경제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실제 브렉시트 투표 이후 각 기관이 발표한 영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회의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까지 영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내놨으며 JP모건과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1~2년간 영국 성장률이 -1.5~-2.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영국 전체 수출의 44%를 차지하는 유럽연합(EU)과의 교역 위축 및 유동성 유출에 따른 금융 불안 가능성이 커졌다"며 "특히 영국 GDP 성장을 이끄는 금융서비스업 성장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 1분기 기준 영국 서비스업 기여도는 2.1%포인트로 영국 GDP 성장률을 웃돌았다.
반면 영국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펀드도 있다. 유럽펀드 수탁액 1위인 '슈로더유로'(설정액 9605억원)는 영국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지난달 말 기준 독일이 30.6%로 가장 높고, 네덜란드와 프랑스까지 합쳐 약 70%를 구성하고 있다. 'KB스타유로인덱스' 역시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4개 국가에 90%를 투자하고 영국 비중이 없다. 슈로더자산운용 관계자는 "유로화가 통용되는 증시에만 투자하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펀드이기 때문에 파운드화를 사용하는 영국은 투자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알리안츠 피델리티 등 영국 비중이 높은 펀드들은 국가별 투자 비중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 관계자는 "정치적 이벤트는 단기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영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아지는 시기를 장기 투자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영국 증시(FTSE All Share)에 상장되지 않은 영국 기업들의 수익 중 67%는 파운드화 이외의 통화에서 발생하므로 파운드화 약세는 오히려 해당 기업들 이익을 늘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 발표 후 2거래일간 영국 증시(-5.7%)보다 오히려 프랑스(-10.9%) 독일(-9.8%)의 하락폭이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