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벌어진 ‘브렉시트’는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지난 2008년 리먼발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 최근 8년 사이 벌어진 일련의 금융시장 충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일 국내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3.09% 급락한 1925.24로, 일본 니케이지수는 7.92%나 폭락한 1만4952.02까지 주저앉는등 금융시장은 패닉 양상을 나타냈다.
브렉시트가 경제적 이슈라기 보다는 정치적 이벤트라는 인식이 다시 고개를 들며 코스피는 지난달말 1970.35까지 반등했다. 이같은 회복세에도 브렉시트로 촉발된 유럽연합(EU) 탈퇴 여론이 영국 이외 다른 국가로 퍼질 경우 정치적 이슈가 금융시장에 지속적인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꺼내든 투자 나침반은 어느쪽을 가리키고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과 베트남 중심 신흥국 투자를 2:1 비중으로 가져가는 것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치적 리스크를 짊어진 유럽 대신 낮은 증시 변동성과 안정적 수익 창출을 나타내는 미국 주식투자를 기본으로, ‘넥스트차이나’로 불리며 높은 성장성을 지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신흥국 투자를 통해 ‘+ α’ 수익률을 노리는 전략이다. 특히 올 2월 도입된 비과세 해외펀드 제도를 활용할 경우 누릴 수 있는 절세 혜택은 덤이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은 “단기적인 투자 대응보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분산투자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된 시기일 수록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축하라는 조언이다.
7일 매일경제가 2014년 7월부터 지난달말까지 3년간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 지수를 분석한 결과 미국, 베트남 등 증시가 변동성 대비 탁월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다우(DOW)지수는 지난 3년간 상승률 20.24%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주요 선진국 증시 중 독일닥스(DAX)지수(21.00%)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변동성 요소를 추가하면 미국 증시에서 거둔 수확은 더욱 돋보인다. 다우지수는 3년간 월간 변동폭 평균이 5.61%에 그쳤다. 한달 사이 지수 최대값과 최소값간 차이가 평균 5.61%에 불과했단 뜻이다. 반면 미국 대비 우월한 수익률을 기록한 독일 닥스지수는 다우 대비 두배 가까운 월평균 9.25%의 변동폭을 나타냈다. 그만큼 주가 출렁거림이 심했단 뜻이다.
이같은 미국 주식시장의 안정적인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2.2%로 선진국 평균 1.8% 대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소매판매는 최근 2개월 연속 전월 대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기존주택판매 및 신규주택판매 등 부동산 관련 지표 역시 양호한 상황이다.
미국 투자 ‘시계’에 있어서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이같은 경제 호조에 따른 금리인상 가능성이다. 그러나 브렉시트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미국 금리인상 시기는 당분간 지연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태다. 미국이 단연 브렉시트 수혜 투자국가로 떠오르는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5월 미국 웰링턴 운용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단독 출시한 ‘한국웰링턴글로벌퀄리티펀드’는 이같은 미국 투자에 특화된 대표 펀드로 꼽힌다. 1000조원을 굴리는 ‘큰손’ 웰링턴운용은 해당 펀드를 양호한 현금흐름을 지닌 동시에 성장성이 뛰어난 미국 기업에 70% 가량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호치민 지수는 3년간 32.00%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주요 신흥국 지수 중 중국 상하이지수(49.0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호치민 지수가 돋보이는 점은 해당기간 월평균 변동폭이 8.19%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는 상하이지수(12.41%)는 물론 니케이지수(9.36%), 닥스지수(9.25%) 등 선진국 증시보다 높은 안정성을 자랑한다.
이에 더해 베트남 증시는 올 하반기 정책 수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조만간 예정된 베트남 14대 국회 1차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상향 조정, 일중 반복매매 허용, 파생상품시장 개장 등 증시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대형기업 대부분이 대주주가 정부인 국유기업이라는 점에서 정책 변화로 인한 외국인 지분한도 확대 효과는 보다 빨리 나타나게 되는 구조다.
베트남은 세계 14위 인구 대국으로 9200만 인구 중 35세 미만 인구 비중이 삼분의 이에 달한다. 이같은 젊은 인구구조에 높은 교육열이 더해져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글로벌 생산 기지로 각광받으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아울러 베트남 증시는 향후 1~2년내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EM)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높다는 점도 증시에 호재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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