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 2분기에 개별소비세 연장효과로 내수가 깜짝 반등하면서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여전히 저성장·저수익 기조를 벗어나지 못한데다, 하투(夏鬪) 정국 속 하반기 실적전망도 오리무중인 상태다.
현대차는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16년 상반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갖고, 올해 2분기 실적이 ▲판매 128만5860대(전년 동기 대비 +4.3%) ▲매출 24조6767억원(+8.1%) ▲영업이익 1조7618억원(+0.6%) ▲당기순이익 1조7639억원(-1.5%) 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와 올해 1분기에 비해 모두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8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이후, 현대차도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의 양호한 2분기 실적에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연장효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 2분기 내수판매는 1분기에 비해 18%나 늘어났고, 새로 내놓은 EQ900와 G80 등 고가의 제네시스 모델이 내수판매를 견인했다. 올해 6월 들어 몰린 개소세 막판 효과가 실적개선으로 이어졌지만 나중의 내수소비를 앞당긴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차 업계에선 현대차의 2분기 실적보다 상반기 실적이 전체적인 흐름을 잘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까지 누계 실적은 ▲판매 239만 3241대(전년 동기대비 -0.9%) ▲매출액 47조 273억원(+7.5%) ▲영업이익 3조 1042억원(-7.0%) ▲당기순이익 3조 5321억원(-6.4%)이다.
먼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내수시장에선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35만 6대를 판매했지만, 해외시장 판매량이 204만3235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매출액은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 확대에 힘입어 구성비율(믹스)이 좋아지면서 전년동기 대비 7.5% 늘어났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영업이익이 7%나 줄어든 점이다. 회사측은 스포츠 마케팅과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 등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행기술 투자를 확대한 것이 주요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흥시장 수요가 부진하면서 수익성 높은 국내공장 수출 물량이 감소해 판매와 수익성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떨어졌다”며 “판매 믹스 개선 등으로 매출액은 증가했으나, 판매 감소로 대당 고정비가 상승하고 신흥국 통화 약세 부담이 지속되면서 상반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하반기 상황도 대내외적으로 녹록치 않다. 현대차의 안방 격인 신흥국 수요가 늘지 않고 있는데다, 브렉시트와 테러 등 유럽을 중심으로 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상반기 개소세 인하 효과로 선(先)수요가 많이 잡히면서 하반기 ‘내수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현대차 노조가 현대중공업 같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손잡고 하투 정국을 주도하며 강경파업 노선을 걷는 것도 큰 부담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SUV 공급을 확대하고, 소형 SUV 판매 시장을 넓혀 간다는 전략이다. 또한 G80 등 제네시스 브랜드와
한편 현대차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중간배당 총액은 2687억원 수준으로, 20일 이내 주주들에게 지급된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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