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공개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를 제외한 전체 금통위원 6명 가운데 최소 4명의 금통위원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한 금통위원은 "기업신용순환이 지난해 1분기부터 수축 국면에 진입했지만 가계신용순환은 2014년 이후 확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가계신용순환은 주택 가격과 상관성이 높은데 주택경기 사이클이 실물경기와 상당히 괴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최근 몇 년 전부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고, 최근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130.7%에서 지난해 139.8%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45.6%를 기록했다. 이 금통위원은 "기초경제 여건과 괴리된 가계부채 확대는 결국 조정될 수밖에 없고, 실물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한국의 건설경기가 일본 사례와 같이 경착륙할 가능성이 논의되는 등 과도한 건설 투자에 대한 고민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금통위에서 가계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진 것은 2014년 이후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낮춰왔지만 이로 인한 전체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한 반면 부동산 가격만 올라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분기 대비 올해 2분기 전국 아파트 가격은 10.61% 급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민간소비 증가는 그 절반도 안 되는 4.6% 수준에 그쳤다.
한은 자체 보고서에서도 부동산 경기 과열에 대한 걱정이 점점 잦아지고 그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산·대구 등 지방 주택 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저소득 40대 자영업자 계층을 가계부채 위험가구로 지목했다.
지난달에는 '건설투자 적정성 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15%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인구 대비 국가 면적이 넓은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 총재가 취임한 2014년 이후 기준금리가 2.75%에서 절반 수준인 1.25%로 낮아지면서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까지 이미 약 16% 급증했다. 단기적으로는 지난 2분기에 은행권 가계대출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이 증가하는 등 금융당국의 관리 움직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은 것이 금통위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언급을 많이 나오게 한 요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에 대한 고민은 6월 금리 인하 당시에도 분명히 있었다"면서 "하지만 경기 부진이 심각한데 거시정책 차원에서 금리를 마냥 동결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임 금통위원은 "꾸준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경기를 통해 내수 진작 효과를 본 셈이지만 과연 부동산 가격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제 물음표를 던질 시기가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로 지난 6월 만장일치로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한 한은이 곧바로 가계부채 문제를 걱정하는 모습은 면피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는 "지금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해 온 한은의 태도와 다소 배치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도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
통화정책을 가계부채 문제에 근거해서만 결정할 수 없는 만큼 결국 금융당국의 미시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한은 생각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도입된 규제들의 실효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