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판매되는 일반 공모펀드는 수익률과 상관없이 1000만원을 투자하면 연간 10만원 정도를 운용보수로 떼어가는 구조다. 코스피가 6년째 박스권에 갇힌 탓에 투자자들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성과보수형 공모펀드는 고정 운용보수를 5만원 정도로 낮추고 초과 성과에 따라 수수료를 더 가져갈 수 있는 방식이다. 펀드매니저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매일경제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코스피 대비 초과 수익률이 8%포인트에 못 미치면 성과보수형 펀드가 투자자에게 유리해 보인다. 실제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 가운데 초과 수익률이 이만큼 되는 펀드는 거의 없다.
12일 금융위는 성과보수형 공모펀드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를 최근 마쳤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성과보수형 공모펀드 도입에 관한 시행령이 규제개혁위원회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펀드가 출시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사들과 함께 최근 '성과보수형 공모펀드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했다. 업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오는 9~10월께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가이드라인 초안에 따르면 성과보수 유형은 △선형 △계단형 △최고수위형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일반 공모펀드는 선형과 계단형 가운데 자산운용사가 선택할 수 있다. 맥쿼리인프라처럼 환매를 제한하는 대신 거래소에 상장해 매매를 가능케 한 상장펀드는 최고수위형이 적용된다.
선형은 기본 운용보수를 일반 펀드(액티브 주식형 기준 1%)의 절반인 0.5% 수준으로 낮추되 벤치마크인 코스피 대비 목표 초과 수익을 내면 20% 안팎을 성과보수로 떼어가는 구조다. 계단형은 기본 운용보수를 선형과 마찬가지로 0.5% 정도로 낮추되 코스피를 초과했을 때 기본 운용보수를 일반 펀드 수준인 1%로 올려받고, 목표 초과 수익의 10% 정도를 성과보수로 받는 방식이다.
코스피 2000에서 일반 국내 주식 펀드와 목표 수익률이 코스피 대비 5%포인트인 성과보수형(선형) 펀드에 각각 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1년 뒤 코스피가 제자리라면 일반 펀드는 투자액의 1%인 10만원을 수수료로 내지만 성과보수형 펀드는 0.5%인 5만원만 내면 된다. 성과보수형 펀드가 투자자에게 훨씬 유리하다.
성과보수형 펀드의 목표치인 코스피 대비 5% 초과 수익률을 달성했을 때도 일반 펀드는 10만5000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성과보수형 펀드는 기본 운용보수 5만3000원만 내면 된다. 코스피 대비 초과 수익률이 8%포인트 미만일 때까지는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다만 펀드 초과 수익률이 코스피보다 8%포인트 높으면 일반 펀드에서는 총보수로 10만8000원을 내지만, 성과보수형 펀드는 기본 운용보수 5만4000원에 성과보수 6만원을 더해 11만4000원을 내야 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과보수형 일반 펀드는 부분 환매는 안 되고, 전액 환매만 가능하다. 투자자가 적립식이나 임의식 형태로 펀드에 투자한 경우 부분 환매 시 초과 수익을 따지기가 애매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운용사들의 관심이 큰 성과보수형 펀드의 기본 운용보수율은 '일반 펀드보다 낮아야 한다'고만 규정했다. 또 성과보수 수취를 위한 기준수익률과 성과보수율 한도도 '합리적 수준으로 책정한다'고 정했다. 최대한 운용사의 자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이드라인 초안이 마련된 셈이다.
메리츠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은 성과보수형 공모펀드가 허용되면 기존 펀드나 신규 펀드에 적용하겠다는 입장
금융위 관계자는 "성과보수 도입 취지는 살리되 자산운용업에 불필요한 규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시행 지침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