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이]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연일 부동산 관련 뉴스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이른바 '핫한 투자 상품'입니다. '지은 지 30년이 됐으니 새로 짓고 이 참에 돈도 벌자'는 건설사와 조합원들의 생각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이 속속 헐리는 동안 서울 강북권 도심에는 40~50년 째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단지들도 있습니다.
큰 길에 대형 오피스 빌딩이 즐비하고 차들이 바쁘게 달리는 서울 시청 일대. "같이 걸으면 이별하게 된다"는 식의 우스갯 소리가 아직도 맴도는 덕수궁 옆 정동길에 옹기 종기 터 잡은 정동교회·이화여고·주한 캐나다대사관을 지나면 '정동아파트'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색창연한 건물 일색이다 보니 '정동아파트'라는 금색 글자 간판만 아니었으면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칠 법합니다.
"왜 왔어요? 여기 사는 사람 같지 않은데"라며 수상한 눈으로 말을 거는 경비원의 말마따나 인적이 드물고 평화로운 분위기입니다. 뭔가 소식거리가 왔는지 우편함을 열어보는 백발의 등 굽은 할머니 한 분이 간혹 가다 눈에 띌 정도입니다.
달랑 1개 동짜리 작은 '나홀로 아파트'( 지상 6층, 전용면적 44㎡형 총 36가구)이지만 사람 사는 집 답게 1층에는 편의점이 들어서 있고 올 초에는 한 가구가 리모델링 공사를 했습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시청역이 인근에 있고 도심 속 조용한 정동길 입지라는 점만 봐도 재건축을 하면 시장 관심을 한 몸에 받겠지만 보존할 가치가 더 높은 곳"이라고 말합니다. 구한 말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벽돌 건물들과 잘 꾸며진 나무가 어우러진 공원같은 정동길이지만 땅 값이 비싼 도심이다 보니 주거용 건물은 정동아파트와 옛 러시아 공사관을 낀 고급주택 '정동 상림원'아파트(2008년 입주·지상13층, 전용면적 112~241㎡형, 3개동 총 126가구) 등이 있는 정도입니다.
워낙 가구 수가 적다 보니 정동아파트 거래는 드문 드문 이어집니다. 업계에 따르면 월세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 임대료는 100만원 선입니다. 월세보다 더 뜸한 매매는 호가 기준으로 3억4000만원 선, 전세는 2억원 선이라고 합니다.
합정아파트 역시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1층에는 '합정마트'를 비롯한 상가와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층에는 예술인을 비롯해 30~40대 젊은 직장인들이 월세로 들어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집 주인들이 서울은 물론 경기 용인 등 다양한 지역에 사는데 팔거나 전세를 놓지는 않고 월세가 기본"이라며 "전용면적 50㎡형을 기준으로 보증금 2000만원에 집 상태에 따라 월세는 70만~80만원 선"이라고 설명합니다. 마포구가 워낙 선호받는 주거지이다 보니 합정 일대에서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이어지지만 합정아파트는 아직 건재하고 있습니다.
낡은 집을 그냥 두면 '슬럼화'가 진행된다는 의견부터 오래된 건물은 다시 지어 수익을 내면 일석이조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개발 논리가 오가는 게 부동산 시장입니다.
[김인오 부동산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