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에 이어 로봇이 채권 투자 자문을 맡고 자산까지 운용해주는 시대가 가시화할 전망이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미국 채권시장에서 채권 트레이더(중개인) 없이도 회사채 거래가 가능한 전자자동화 방식 거래 시스템을 내놨다. 지난달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만삭스가 1년여 준비 기간을 거쳐 출시한 회사채 거래 자동화 시스템인 '골드만삭스알고리즘(GSA)'이 미국 채권시장 내 주요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통 채권 거래는 기관투자가가 증권사를 통해 주문을 하면 수작업으로 중개가 이뤄지는데, 골드만삭스는 이 방식을 100% 자동화시켜 채권트레이더를 거치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거래가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FT는 "최근 블룸버그 단말기에서 GSA로 회사채 주문을 내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회사채 비대면 전자거래 방식이 업계 핫이슈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해당 시스템은 아직 국내에 상용화되지 않았으며, 미국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시장에선 8조달러가 넘는 미국 회사채 시장의 선두 자리에 있는 골드만삭스가 트레이딩 방식을 완전히 비대면 방식으로 할 경우 인건비 등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실 위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향후 골드만삭스가 해당 시스템을 자동화 거래 서비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로보어드바이저 역할까지 가능하게 고도화 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골드만삭스 내부에선 GSA가 채권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설계해주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선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주식 투자는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지만, 채권은 거래 단위가 크다는 등의 이유로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쳐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시장에선 골드만삭스가 GSA가 직접 투자자의 채권 보유 비중을 변경하고, 채권 매수·매도 결정까지 할 수 있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투자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선 해당 알고리즘이 향후 채권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산출, 운용하는 등 자동화 요건을 모두 갖춰 투자자의 성향 분석이나 자산 배분, 자산 재배분(리밸런싱) 등의 과정에서 사람 개입 없이도 전산 시스템만으로 서비스 구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
업계 관계자는 "채권도 주식 로보어드바이저처럼 자동으로 투자 설계가 가능해진 시대가 도래했다"며 "앞으로는 투자자들이 한 명의 트레이더가 아닌 수만 가지 이상의 데이터가 축적된 인공지능의 고도화된 투자 판단을 전적으로 믿고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