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엔젤레스 LA(LAX) 국제공항은 이미 오래 전에 항공기 이착륙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이로 인해 이착륙의 허락을 기다리며 공항 상공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갈수록 길어졌다. 여기에 공항 주변이 대부분 주택지라 활주로 확장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당시 LA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화물기 비율(40%)은 여객기(60%) 못지않게 높았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LA 국제공항에서는 여객기만 이착륙하도록 하고, 화물기 전용 공항을 새로 짓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항은 조성비가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이 시급한 현재 상황을 바로 벗어나기에는 건설기간이 길다는 문제가 있었다.
오랫동안 시간이 흐른 뒤 LA 국제공항에서 북동쪽 150km 거리에 있는 조지공군기지(George Air Force Base)를 화물기 전용 공항으로 활용하자는 대안이 나왔다. 1992년부터 큰 역할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조지공군기지를 북서쪽 60km 거리에 위치한 모하비 사막인근의 미 공군의 핵심 공항인 에드워드공군기지(Edwards Air Force Base)로 옮기고, 기존 조지공군기지를 물류 거점공항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이 대안은 받아들여져 계획 추진을 위해 남가주 국제물류 공항공단인 SCLA(Southern California Logistics Airport)가 발족됐다. 이후 사업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조지공군기지가 국제 화물공항으로 탈바꿈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 [美 남가주 물류공항공사(S.C.L.A)] |
극동으로부터 선편으로 수입되는 물류는 롱비치 항과 LA를 통해 들여오고 수입품은 곧 바로 이곳 창고에 보관된 후 분류해 배송하는 물류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 SCLA가 있는 빅토빌은 남가주의 제2국제관문으로 통한다.
항공화물의 물류 중심지역으로 도시가 활기를 띠면서 미국 내 굴지의 유통업체인 굿이어스(Goodyear's), 월마트(Wal-Mart), 홈디팟(Home Depot) 등이 공항주변으로 이전하거나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인구 유입속도도 가팔라 맥도날드, 스타벅스, KFC 등 주요 요식업체도 성업 중이다.
아울러 랄프스(Ralph's), 휴지스(Hughes), 라이트 에이드(Rite-Aid), 세이온(Sav-On) 등 대규모 슈퍼마켓과 힐튼(Hilton), 메리어트(Marriott), 홀리데이 인(Holiday Inn) 등 유명 호텔도 이곳에 진출해 영업 중이다. 베스트 웨스턴(Best Western) 등 최근까지 숙박, 유통업체들의 진출이 이어지면서 늘어난 전력 소모량을 감당하기 위해 발전소에 500MW 전력이 추가 발전되기도 했다. 미국 내 물류를 위한 ‘암트렉(Amtrack) 철도망’도 구축했다.
암트렉은 미 서부의 모든 물류를 미국 전역으로 배송하기 위해 1971년 미국 정부와 각 주별 철도회사가 출자해 설립됐다. 국제물류공항도시가 암트렉이 생기면서 국제물류 거점철도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를 본 후 개발회사인 브래드코(Bradco)의 수석 부회장 제레미 슈미츠(Jeremy Schmidt)는 “최고의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역으로 남가주 중 빅토빌 이상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신도시를 수출한다는 것은 비단 도시건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것이고, 이를 관리, 운영하는 데 적잖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우리의 뛰어난 기술력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이만한 것도 없다. 자원이 부족한 땅에서 오로지 기술력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버텼다면 앞으로는 전 세계를 무대삼아 우리의 실력을 과시해 보면 어떨까.
[자문 JNK 개발원 정인택 원장 / 정리 이미연 기자]
[참고] 정인택 원장은 現 JNK 개발원 원장으로 사단법인 도시경영포럼 부회장과 前 서울시 도시정비과, 현대건설 해외공사기술부, 한국토지공사 본부장 등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가다. 현재 도시개발, 마케팅, 인력개발 등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